[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경제인을 옥죄고 이런 뜻에서 경제민주화를 생각해 본 적 없다. 더 이상 경제민주화 대해서 다른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표는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재별 개혁을 하려고 하는 것, 재별 해체하려고 하는 것' 다 천만의 말씀이다"라며 "규율을 제대로 확립해서 그걸 지키도록 하자는 게 경제민주화"라고 재차 설명했다.
이에 강연 참석자인 김상완 (주)선맥통상·화학 대표는 "평소 경제민주화에 대해 갖고 있던 오해가 좀 풀린 것 같다"며 "2달에 한번씩 이 자리에 꼭 오는데 오늘이 제일 유익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날 김 대표의 강연은 일종의 고별 성격이 짙다. 그는 27일 더민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됨에 따라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김 대표는 전날 "당 대표를 내려놓은 이후에도 경제민주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모종의 역할을 예고한 그가 '끝이자 시작'으로써 오해 불식에 나선 셈이다.
먼저 김 대표는 일본에 빗대어 현재 한국경제가 "희망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90년대 초반에 일본 유수 정치인이 경직된 일본 관료와 대기업 조직 구조, 무능한 자민당 행태 등이 결합되어서 일본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 했다"며 "(그런데) 저는 우리나라 현실이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지 않나하는 느낌을 갖는다"고 밝혔다.
때문에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란 다시 말해 시장을 보다 더 공정하게 하고 독과점 체제가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라며 "시장 이란 게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장치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한다"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이어 "사람이 세상에 태어날 적에 각기 능력을 달리 갖고 태어나지만 기본으로 탐욕의 본능을 갖고 태어난다"며 "탐욕의 본능이 끝없이 작용하면 타인의 권리를 해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공동 사회는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의 실현을 위해 지도자의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이룩해서 경제 효율을 발휘하고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도자의 확고한 신념 없이 불가능하다"며 "아무리 경제민주화의 제도적 장치를 완벽하게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실천할 의지가 없으면 이뤄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경제민주화의 방안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와 기본소득 도입 등이 재차 거론됐다. 김 대표는 특히 90년대 경험을 회상하며 "공정위가 갖고 있는 고유 권한인 전속고발권을 그대로 존속시키는 한 공정거래 파수꾼 역할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번 강연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 대표의 지난 6월 만남을 통해 성사됐다. 박 회장은 인사말에서 "김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을 했을 때 그 연설을 듣고 많은 기업이 (경제민주화에 대해) 우려도 하고 좀 더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그것을) 김 대표께 말씀드렸더니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도 하게 도와주고, 불편한 오해가 있다면 풀어주겠다고 해서 오늘 자리가 마련됐다"고 했다.
한편, 김 대표의 이날 강연은 지난 18일 국회 강연과 동일한 주제로 이뤄졌다. 그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전국을 순회하며 '강연 정치'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김 대표가 경제민주화를 기반으로 대선 국면 속 킹메이커로 활약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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