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화 인턴기자]여기 피해자가 빠진 ‘합의’가 있다.
“당신 누구예요? 뭐하는 사람이에요? 해결했다고 보고하러 왔어요? 당신이 내 인생을 살아주는 거예요? 아니잖아요. (협상)하기 전에 먼저 피해자를 만나야 할 것 아니에요? 역사의 증인이 이렇게 살아 있는데.”
지난해 12월 29일 한일정부간 위안부 합의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를 찾은 임성남 외교부 1차관에게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한 말이다.
2015년 12월 28일 한국과 일본의 외교부장관은 일제강점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한국 정부 주도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인 ‘화해·치유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 최고책임자의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 배상책임 없이 위로금 형식의 10억엔(약 107억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 사과와 법적인 배상을 요구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피해자인 할머니들의 입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일 위안부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번 협상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바로 ‘한일 위안부 합의의 민낯’이다.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경과와 논의의 관점을 재확인하면서 한일합의의 실체를 밝힌다. 2부는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조사하고 연구해온 연구자와 변호사, 교수, 시민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동안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해온 연구자나 시민운동가 사이에서 이번 한일합의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전면 비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몇 가지 사항을 더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공통된 인식은 분명하다. 지난해 합의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은 될 수 없다는 것, 일본 정부의 책임회피는 용서할 수 없다는 것, 합의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선 성실한 실천이 필수적이라는 것, 그리고 일본 시민의 책임이 크다는 점 등이다.
광복 71주년, 할머니들은 여전히 ‘위안부’라는 전쟁을 끝내지 못했다. 이 책은 가해자인 일본의 ‘진정한 사죄’도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용서’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징자 외 32인 지음/마에다 아키라 엮음/이선희 옮김/도서출판 창해/1만원>
이윤화 인턴기자 y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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