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상품 '사잇돌2' 출시를 앞두고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음달 5일 출시 예정이어서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자체 전산망 개발과 기존 상품과의 충돌 등 풀어야할 숙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이어 출시되는 것이라 대출 승인률이 낮을 것이란 점도 고민거리다.
이달 초 서울보증보험과 저축은행중앙회는 '사잇돌2'의 상품구조 설계안을 확정했다. 상품은 대출한도 2000만원의 표준형과 300만원의 소액간편형으로 나뉜다. 보증료율 평균 5.2%, 금리는 연 15%~19.9% 수준으로 정해졌다. 대출 요건은 근로소득 연 1500만원 이상, 사업ㆍ연금소득 연 800만원 수준이다. 은행권 사잇돌대출보다 400만~500만원 낮은 조건이다.
우선 전산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촉박하다. 자체 전산 서비스망을 갖춘 일부 대형사들 외에 중앙회 전산망을 공동 이용해온 중소형사들은 '사잇돌2' 설계안이 나오고나서야 전산 구축과 모바일 앱 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추석 수요를 감안해서 다음달 5일로 출시일은 못박아놨는데 전산 개발 등을 처리하기에 시간이 너무 촉박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저축은행들이 이미 판매하고 있는 기존 중금리 대출 상품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SBI저축은행이 지난해 말 출시한 '사이다'가 대출실적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자체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중금리 대출 상품은 2000억원 이상 실적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대출 승인률이다. '사잇돌2'는 저축은행과 서울보증보험이 위험 부담을 나눠 가지는 상품이다. 서울보증보험에 보증료를 내는 대신 대출이 상환되지 않으면 서울보증보험이 납입한 보증료의 150%까지 손실을 메워주는 구조다. 서울보증보험에서 보증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다.
문제는 지난달 시중은행들이 먼저 내놓은 사잇돌대출도 승인률이 5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사잇돌2의 경우 은행권 사잇돌대출에서 탈락한 고객들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출요건이 낮춰졌다해도 승인률이 은행권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잇돌2의 주 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6~7등급 신용자들의 불량률(3개월 이상 연체율)도 높은 편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4등급 고객들의 불량률은 0.54%, 5등급은 0.61% 수준이지만 6등급은 2.03%, 7등급은 6.3%에 이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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