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인간은 혼자보다는 다수를, 다수에서 무리를 이루기 좋아합니다. 그 군집 간의 경쟁과 군집 내에서의 서열 짓기는 곧 계급의 분화로 이어지고, 이때 우위를 선점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착취해 자신의 것을 쌓아가죠.
비정상적인 방법을 이용한 부의 축적은 누군가의 착취를 근간으로 합니다. 착취대상이 이 부조리함을 깨닫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뜨거운 냄비 속 개구리 신세가 된 지 오래입니다.
최근 서점가를 뜨겁게 달군 화제의 책 제목은 그 자체만으로도 통렬합니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저 말을 그대로 입에 올렸다간 보람찬 백수생활로 직행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많은 직장인들이 금서를 읽듯 책을 꺼내보곤 낄낄대며 스스로를 자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도산 안창호 선생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둘러볼 기회가 생긴다면, 틀림없이 민족은 죽었다! 고 하실 겁니다.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고, 그 청년의 죽음은 곧 민족의 죽음이라 하셨지만, 이 시대의 청년들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착취 대상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는 개탄하시겠지요.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20세 이상 취업자가 20대 취업자를 앞질렀다고 합니다. 은퇴자들은 노후준비를 위해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청년들은 경기둔화로 신규채용이 감소하자 취업에 실패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독립을 열망하던 식민지 조선의 청년들은 그악스러운 환경에서도 조국의 광복을 위해 고군분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청년들은 무엇을 위해 무엇을 향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기업이 나를 선택하기 전에 내가 나를 착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환경보다 무서운 건, 내 안의 불안과 공포일지 모릅니다. 쉬지 않고 간을 쪼이는 프로메테우스처럼요.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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