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김영란법·사드·우병우 의혹에 연일 '소신 발언'…전당대회·대선 고려해 '민심' 초점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출범 90일째를 맞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현안마다 제 목소리를 내면서 '당청 관계 재정립'이라는 목표에 바짝 다가가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인사말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국민의 열망이 담겨 있는 법"이라며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이 가장 앞서서 이 법을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청와대 측이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내수위축에 우려를 표하며 국회 차원의 법 개정을 기대한 것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내수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로를 못 믿는 세상이 될까 걱정이다" 등 김영란법에 대한 걱정을 쏟아낸 바 있다.
정 원내대표가 정부·청와대와 입장을 달리한 '깜짝 발언'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최근 성주를 방문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배치와 관련해 민관군정 대화협의체를 구성하고, 필요 시 사드 청문회를 열 수도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정 원내대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불출석을 양해해주긴 어려울 것 같다"며 청와대 인사의 의혹 규명에 완강한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자칫 정부에 부담을 주거나 논란을 키울 수 있는 결정이지만, 8·9전당대회와 내년 대선을 고려해 민심 달래기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을 통해 민심 이반의 심각성이 확인된 상황에서 당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그쳐선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고 해석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3당 체제가 구축되면서 야당의 협조가 절실해진 만큼 정부·여당의 합심만으로는 국정 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 원내대표가 지난달 초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대국회 소통을 강화해달라고 요구하자, 황교안 국무총리가 야당과 만찬 회동을 갖는 등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당정청 공동운명체'를 표방하는 동시에 각종 정부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야당에 연일 압박을 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안도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여야정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어 사전에 논의를 거쳤고, 당정협의를 통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제시한 10여가지 요구사항을 반영해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상 국회가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된 셈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이 정부와 민생현장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자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서민·중산층 보호, 청년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