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통신업계 이어 인터넷기업도 반발
"민감한 문제, 공론화 과정 생략"
논란 커지자 규개위 재검토 요구
26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가 지난 4월 입법 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망중립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방통위는 개정안에 '일정한 전기통신서비스를 이용해 다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자에게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해 이용자의 자유로운 선택이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사항으로 포함시켰다.
다수의 IT 업계 전문가들은 이 조항이 사실상 망중립성을 제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망중립성이란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가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모든 기업이나 이용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다. 망중립성은 사업자뿐 아니라 국가간에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도입 여부를 두고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년간 논란을 지속하다 지난해 6월 '오픈 인터넷 규칙(Open Internet Rules)'이란 이름으로 망중립성을 제도화했다. 유럽은 망중립성이란 대원칙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으로 이를 규제하지는 않고 있다. 유럽이 망중립성 제도를 본격 도입하지 않는 것은 구글 등 미국 인터넷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은 지난 2011년 12월 '망중립성 및 인터넷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으나 이를 강제화하지 않고 업계 자율에 맡기고 있다.
망중립성은 매우 민감한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이번 시행령 입법예고 전 제대로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내부적으로 연구반만 운영했다.
입법예고로 망중립성 조항이 포함된 것을 알게 된 IT 업계는 일제히 반대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신 업계는 여러차례 방통위에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된 망중립성 관련 내용은 상위법(전기통신사업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조항으로 문제가 있다"며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망중립성을 옹호해오던 인터넷 기업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규제 대상인 '전기통신서비스'가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서비스의 범위를 포털 등 인터넷사업자까지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망중립성 뿐 아니라 플랫폼 중립성까지도 규제에 포함된다. 플랫폼 중립성이란 포털 사업자가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국내에선 아직 제대로 논의된 적도 없다.
논란이 커지자 규제개혁심사위원회는 방통위에 해당 조항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개위는 내달 시행령 개정안을 다시 심사할 계획이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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