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조선노연 총파업 날, 각사 노조별로 전략 수정 들어가
생존권 걸고 고민하는 조선사
한편 현대차 노조는 임금인상 요구로 파업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생존을 위한 파업투쟁이다. 임금상승, 복리후생 증대 때문이 아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파업은 안 한다. 대신 집회로 마무리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지난 20일 조선업종노조연대가 총파업을 벌이기로 한 날. 각 조선사 별로 입장이 엇갈렸다. 조선노연은 애초 3만명까지 총파업에 참석 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인원은 턱 없이 부족했다. 각사 노조별로 처한 상황이 달라 전략 수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노협은 이날 총 4시간의 파업을 벌였다. 사측은 2018년까지 정규직 30~40%를 줄이는 등 조선사들 중 가장 강도 높은 인력 감축 계획을 세운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미 사측은 지난달 사무직을 중심으로 1500명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노협 관계자는 "노협은 사측에 임금은 동결하겠다고 했고, 회사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생산직까지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게 뻔한데 우리는 일터를 지키기 위한 생존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업 참가 인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번 파업에 참가한 인원수는 800명에 그쳤다. 앞서 7일 총파업 때 참가한 인원수는 3000명이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19일, 20일, 22일 세차례 파업을 벌였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고용보장을 위해 사측의 구조조정을 막고 비조선 사업부문 분사를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사측은 설비 지원부문을 분사한 데 이어, 지난주 722명을 추가로 분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지난 5~6월 사이 진행된 희망퇴직에서 2000명이 회사를 더났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는 노조 파업 이전 "경쟁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그룹과 오너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파업을 하면 국민의 마음을 우리에게서 돌아서게 만드는 것이며 빨리 회사 문을 닫게 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결국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20일 파업 방침을 접고, 거제 옥포조선소 내 집회로 마무리했다.
한진중공업 노동조합도 파업에서 빠졌다. 20일 열린 조선회사 노조 공동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파업을 한다고 해서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2010년 정리해고 단행 시절 '타워크레인 농성' '희망버스'등을 통해 강성노조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러나 2012년 새 노조가 구성되면서 전체 조합원 701명 중 571명이 기존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를 탈퇴해 새 노조에 들어갔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지난 6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을 회사에 위임했다. 경기 악화와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노사가 마음을 모아 극복하자는 의미에서다. 1937년 한진중공업이 설립된 이후 80여년 만에 처음이다.
조선사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이유는 해양플랜트 공정 시행착오와 저가수주로 수조원의 적자를 낸 상황에서 수주절벽까지 맞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사 수주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줄어들었다. 조선사들은 인력·설비를 줄이는 것이 회사 유지를 위한 고육지책이라 항변하고 있다.
한편 조선사 노조들과 함께 파업에 들어간 현대자동차 노조는 임금인상, 성과급 지급, 일반·연구직 조합원 승진 거부권 등을 요구하며 '귀족파업'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일 1만5000여명의 노조원들이 4시간 파업에 들어갔다. 22일엔 14시간의 파업과 함께 대규모 상경 집회도 열었다. 여기에는 기아차 노조까지 가세했다. 기아차 노조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파업 참여를 선언하는 등 '불법 파업' 논란까지 일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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