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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잡는 영웅보다 아빠가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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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날 역대 최다관객 '부산행'의 공유

좀비 잡는 영웅보다 아빠가 되고 싶었다 배우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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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운 경험 없다보니 상상에 의존 "입체적 인물인데 전형적으로 나왔어요"
오히려 딸의 마음 못 알아주는 연기는 실감
좀비 블록버스터란 장르도 새로운 도전 "제대로 된 작품 나올까 걱정했죠"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훤칠한 키와 부드러운 미소.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차분하게 커피를 소개한다. 벌써 6년째다. 3개월 단기 모델이 주를 이루는 광고시장에서 한 제품과 오랜 인연을 유지한다. 배우 공유(37)는 신뢰를 중시한다. 시류에 편승한 러브콜이 쇄도하지만 한 번 애착을 가진 서너 제품을 알리는데 집중한다. 시나리오를 선별하는 기준도 다르지 않다.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는 군에서 제대한 남자 배우들이 흔히 택할 법한 강한 남성 캐릭터로 복귀신고를 하지 않았다.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고 멜로영화 '김종욱 찾기(2010년)'에 합류했다. 이듬해 출연한 '도가니(2011년)'에서는 상처받은 청각장애 아이들을 위로하고 세상에 진실을 알리는 사려 깊은 교사 강인호를 연기했다. 군대에서 진급기념 선물로 받은 공지영 작가(53)의 소설 '도가니'를 접하고 받은 충격과 감동을 그대로 표현했다.


지난 20일 개봉한 '부산행'은 공유에게 더 큰 도전이었다. 국내 최초의 좀비 블록버스터. 연상호 감독(38)은 실사영화 연출이 처음이었다. 공유를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 만났다. 그는 "제대로 작품이 나올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면서도 "영민한 기획을 놓치기 싫었다"고 했다. "관객 대다수가 할리우드 좀비 영화에 익숙하잖아요. 어떻게 수준을 맞춰야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월드워Z(2013년)'만 해도 제작비가 2000억원이거든요. 부산행은 85억원이고요."

좀비 잡는 영웅보다 아빠가 되고 싶었다 영화 '부산행' 스틸 컷


카메라에 불이 켜져도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모든 촬영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연 감독은 즉석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신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또 거의 모든 컷을 세 번 이상 찍지 않았다. 배우들은 휴식 시간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걱정했다. 공유도 함께 마음을 졸였다. "더 찍고 싶다고 애원해도 다시 촬영하는 법이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공무원처럼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했죠. 복잡한 신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니까 나중에는 제작비가 부족한 게 아닐까 의심되더라고요. 알고 보니 연상호 감독의 장기였어요. 촬영과 편집을 동시에 진행하는 거요. 필요한 분량만 찍어서 붙이더라고요. 아주 효율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공유는 이렇게 촬영장에서 얻는 노하우를 소중하게 여긴다. 자신의 연기세계를 폭넓게 할 자양분으로 생각한다. 그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년)'에서 이윤정 PD(42)에게 스스로 깨우쳐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배우에게 연기를 주문하지 않고 계속 물어서 스스로 그 답을 끌어내게끔 유도하는 연출이다. '용의자(2013년)'에서는 원신연 감독(47)에게 많은 지문을 할당받으며 눈빛으로 말하는 법을 익혔다. 아내와 함께했던 순간의 행복한 감정, 가족을 잃고 난 뒤의 분노 등을 두루 표현하며 대사가 거의 없는 지동철의 공백을 채웠다. 여러 차례 흔들림 없는 눈빛을 선보였지만 공유는 여전히 더 깊은 표현을 갈망한다. "송강호 선배(49)처럼 되고 싶어요. '관상(2013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을 보는데 놀랍더라고요. 묵직한 바위에 깔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휴식 없이 김지운 감독(52)의 '밀정(2016년)'에 출연한 것도 온전히 송강호 선배 때문이에요. 함께 연기하면서 하나라도 배우고 싶었죠."


좀비 잡는 영웅보다 아빠가 되고 싶었다 배우 공유


공유는 자신의 연기에 엄격하다. 출연작들을 몇 번씩 돌려보며 문제를 찾는다. 말 많은 충무로에서 하고 싶은 연기를 즐겁게 하려면 스스로 당당해야한다는 생각을 데뷔 때부터 했다. 부산행은 칭찬이 자자하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에게 "역대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국내 개봉 첫날인 20일에 87만767명을 동원했다. 공유는 펀드매니저 석우를 연기했다. 사람들을 '개미' 취급하지만 그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좀비를 앞장서서 물리치는 용감한 남자가 된다. 한편으로는 소원했던 딸 수안(김수안)과의 관계를 회복한다. 이 과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며 딸을 부둥켜안을 뿐, 갈등의 핵심에 다가가지 못한다. 공유는 "한계를 맛봤다"고 했다. "'남과 여(2016년)'를 시작으로 아빠 역할을 많이 맡는데, 아이를 키운 경험이 없다 보니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당연히 표현이 제대로 나올 수 없죠.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입체적으로 그려질 여지가 있었는데 전형적으로 표현된 듯해요. 영웅처럼 묘사되지 않은 걸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있어요."


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아빠의 얼굴은 제법 실감나게 나타난다. 공유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촬영장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김수안(10)과 일부러 거리를 뒀다. 자신마저 칭찬 세례에 합류하면 어렵게 축적한 감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을 촬영 전부터 했다. "자식에게 관심을 쏟을 수 없다면 어떤 마음이 들지를 카메라 밖에서 느끼고 싶었어요. 요즘 30ㆍ40대 아빠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겠더군요. 나중에 자식을 낳아서 어떤 세상을 보여줘야 할지까지 고민하게 된 듯해요."


좀비 잡는 영웅보다 아빠가 되고 싶었다 '부산행' 스틸 / 사진=NEW 제공


캐릭터의 매력으로 보면 석우는 맨손으로 좀비를 때려잡는 상화(마동석)에게 밀린다. 주인공치고 비중도 적다. 하지만 공유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영화를 관객에게 안내하는 역할 정도로 봤다. 독보적으로 드러나겠다고 욕심을 부릴 영화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의 배려는 흥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카메라가 여러 인간 군상을 고르게 담아 다양한 연령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공유에게는 다음 작품에 기분 좋게 뛰어들 수 있는 원동력이다. 30대를 앞두고 배우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지만 이런 응원 덕에 이제는 연기를 즐긴다. "저를 많은 분들이 알아보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마트나 슈퍼의 커피 코너만 피하면 돼요. 여전히 제 얼굴이 새겨진 제품은 낯설거든요(웃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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