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 자본의 '저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연초부터 굵직한 해외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글로벌 M&A시장에서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올해 상반기(1~6월) 비금융 분야 해외직접투자(ODI)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58.7% 증가한 5802억8000만위안(약 888억6000만달러)을 기록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해외 155개국 4797개 기업에 100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은 것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4417억6000만위안으로 5.1% 증가에 그쳤다. ODI 규모가 FDI를 훌쩍 뛰어넘었으며 증가율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중국에 흘러 들어온 글로벌 자금보다 해외에 투자하기 위해 빠져나간 중국 자본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지난달 ODI는 전년 동기 대비 44.9% 늘어난 1001억7000만위안으로 집계됐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 기업의 해외시장 투자 환경이 점점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단연 제조업이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1~6월 제조업 분야의 ODI 규모는 175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45.6% 급증했다. 이는 중국 기업이 공격적인 역외 M&A를 통해 글로벌 제조 업체를 대거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관 딜로직의 통계를 보면 연초 이후 아시아 기업의 해외 기업 M&A 규모는 2014억달러인데, 이 가운데 중국 기업의 실적이 1313억달러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 기업의 1분기 해외 M&A 거래액은 1011억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으며 올해 연간 신기록을 새로 쓸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지난 2월 중국화공집단이 430억달러에 스위스 신젠타를 인수한 것은 올해 아시아 지역 M&A 중 최대 규모다. 또 하이얼그룹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를 매입했고 부동산 업체 다롄완다그룹은 미국 영화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글로벌 M&A시장에서 끝없는 '먹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해외 기업의 첨단 기술과 브랜드를 적극 인수해 자국 산업 고도화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와 관련한 투자도 ODI 증가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일대일로 연변 61개국에서 이뤄진 ODI 규모는 514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 증가했다. 일대일로 연변국은 중국 기업들의 '저우추취'의 주요 대상으로, 중앙 국유기업이 곳곳에 지사를 설립하고 고속철과 같은 인프라와 석유·가스 개발 사업 등 분야에서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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