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과 M&A 실패는 겸허히 인정
장기과제 '콘텐츠 플랫폼' 위한 준비 강조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장동현 SK텔레콤 사장(54)의 '에베레스트 론(論)'이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장 사장은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금지 결과를 통보받은 후 임직원들에게 M&A는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과정이라며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태산 에베레스트에 오르려면 '베이스캠프'를 차려 식량도 갖다 놓고, 생필품을 준비해 놓듯이 이번 M&A 준비과정에서 방송과 콘텐츠 분야에 대한 많은 지식과 노하우, 미래 계획까지 세울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평가했다. 실패에 따른 책임론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한 준비단계로 이해하자는 뜻이다.
지난 8개월 간 M&A 성사라는 한 가지 목표를 놓고 전력 질주를 해 온 임ㆍ직원들이 자칫 이번 일로 힘이 빠질 것을 우려한 배려다. 또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강조한 독려이기도 하다.
SK텔레콤 임직원들은 '악천후'로 잠시 후퇴하지만 재정비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콘텐츠'라는 글로벌 산에 다시 등반하겠다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 CJ헬로비전에 대한 M&A가 무산됐지만 SK텔레콤 내부적으로 콘텐츠에 대한 '열망'은 더욱 강해졌다. 장 사장의 말처럼 향후 콘텐츠 분야에서 또 다른 M&A를 시도하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때도 이번 실패가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내부에선 에베레스트는 '하늘 아래 뫼'일 뿐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장 사장이 이번 M&A 실패에 대해 '책임론' 보다는 '에베레스트 론'을 내놓은 만큼 SK텔레콤은 더욱 크고 장기적인 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장 사장은 2014년 말 SK텔레콤 사장 취임이후 '기업가치 100조'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또 주력사업인 이동통신사업의 포화상태를 '플랫폼 사업'으로 만회하겠다는 큰 방향도 제시했다. CJ헬로비전 M&A는 그 일환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장 사장은 국내 이동통신3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가장 젊다. 재등반 의지는 물론 체력도 충분하다. 사업수완도 뛰어나다.
그는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 시절인 2010년 업계 최초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고, 마케팅부문장을 맡던 2011년 LTE전용 요금제를 선보였다. 음성통화 중심의 국내 통신시장을 데이터 중심으로 옮기고,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장 사장의 역할이 컸다. SK플래닛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던 시절에는 인터넷쇼핑몰 11번가를 해외로 진출시키고,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새로운 상거래 브랜드인 시럽(Syrup)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경험이 있다.
'레슨 런드(Lesson Learned, 경험으로 배운 교훈)'. 장 사장이 평소 입버릇 처럼 하는 말이다. 이번 M&A 시도와 무산 과정이 SK텔레콤의 체질을 더욱 강화하는 교훈이 됐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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