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13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지난 3개월간의 매각 타당성 조사를 마무리짓고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결정했다. 주주협의회 의결권 75% 이상 동의를 얻은 뒤, 오는 9월께 매각 공고를 내고 내년 1월 말 본입찰에 들어갈 전망이다.
그간 쟁점이 됐던 우선매수권 3자 양도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자금 동원을 위해 계열사나 제 3자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없고 개인 자격으로만 금호타이어를 인수해야 한다. 우선매수권 3자 양도가 불가능해지면서 박 회장의 자금 동원력도 크게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되찾기 위해서는 1조원 안팎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박 회장 일가를 비롯해 그룹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을 7228억원에 되사오면서 5000억원 가량의 채무를 안고 있고, 그룹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누적 적자로 인한 자본잠식 상태로, 지난해 말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금호타이어는 2009년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2015년 초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 인수를 마무리한데 이어 그룹 주력이었던 금호타이어를 산업은행으로부터 되찾아오면서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박 회장이 1조원의 자금을 개인 자격으로 모집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금호타이어의 시가총액은 1조5900억원(전일 종가 기준)이며, 이 중 채권단 보유 지분은 6670억원(42.01%)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실제 매각가격은 1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 매각 일정이 당초 예상보다 2개월 이상 늦춰지면서 박 회장이 자금 마련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박 회장 쪽에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국내 공장은 대부분 설비가 낡아 신규 투자 없이 부가가치 창출이 쉽지 않고,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면서 "금호타이어를 되찾아 온다고 해도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실적과 재무상황이 악화된 주력 계열사 두 곳에 대한 회생 방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시급한 현안이 될 것"으로 봤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39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2722억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고, 46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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