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에 '전쟁가능한 일본' 길렀다 (中)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올해는 일본 헌법이 제정된 지 70년을 맞는 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6년 제정된 헌법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바뀐 일이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임기 내 개헌에 성공할 경우, 그는 최초로 개헌을 이뤄낸 총리로 역사에 남게 된다.
아베 총리의 개헌 목표는 이른바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헌법 9조다. 이 조항은 무력 행사를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영구히 포기토록 하는 동시에,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은 보유하지 않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 헌법의 3대 원칙 중 하나인 평화주의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 내 우익세력 등 평화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이들은 현행 헌법이 제 2차세계대전 패전 직후 불리한 입장에 놓인 일본 정부에 연합군최고사령부(GHQ)가 강요한 것이며, 시대가 바뀐 만큼 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자위대를 정식 군대인 '국방군'으로 바꾸는 것이 개정의 골자다.
군사전문가인 오가와 가즈히사(小川和久) 시즈오카(靜岡)현립대 특임교수는 최근 산케이신문 기고에서 "국제 평화에 대한 일본의 책임과 역할이 커지고 있는 지금, 개정하거나 혹은 해석을 변경하지 않으면 헌법의 기본원리인 국제 평화를 실현할 수 없다"며 개헌을 정당화했다.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 부대를 파견할 수 있는 수준의 군사 조직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 내에서 평화헌법 개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활동이 본격화한 것은 '논헌(論憲ㆍ개헌을 논하다)' 원년으로 꼽히는 지난 2000년부터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훨씬 오래 전부터 개헌을 준비해 왔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가 중의원에 첫 당선된 1993년부터 개헌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초선 의원 시절인 1993년 1월 열린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일본의 안보가 어떻게 지켜져 왔는지 현실을 제대로 감안해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개헌에 대한 속마음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2000년 중의원 헌법조사회에서는 "미국의 손으로 만든 헌법을 최고로 여기고 있는 것이 일본인의 정신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2007년 1차 집권기에 개헌을 내걸고 참의원 선거에 임했다가 참패하기도 했지만, 이 시기 국민투표법을 통과시켜 개헌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지난해에는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의 길을 열어주는 안보법제를 통과시켰으며, 이제 최종 목표인 개헌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태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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