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는 온오프라인 통합 10주년을 맞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국력 제고를 위해 뛰는 현장을 직접 찾아갑니다. 산업통상자원부, KOTRA, 무역보험공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중국 대(大)기획 시리즈 '우문현답, 다시 뛰는 산업역군'을 통해 드넓은 중국 대륙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산업역군의 치열한 삶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달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뉴아시아-우문현답, 다시 뛰는 산업역군<4>한화큐셀 중국 치둥 공장
한 해 2.4GW 생산…치둥시 인구 110만명 쓸 수 있는 전력량
7만평 규모 부지에 모듈ㆍ셀 생산 공장 완비
한국ㆍ말레이시아 공장 합해 총 생산 능력 5.5GW 세계 최고
폴리실리콘 원재료 제외 현지 수직 계열화
모듈 공장 자동화율 80% 이상…1분기 이익률 세계 1위
[치둥(중국)=아시아경제 김혜원 특파원] 중국 경제 수도 상하이에서 약 120㎞ 떨어진 장쑤성 치둥시. 인구 110만명이 사는 도시에 세계 태양광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있다. 겉모습은 중국과 독일 자본이 섞인 다국적 기업이지만 엄연히 한국 기업인 한화큐셀.
중국 사명 한화신넝웬(韓華新能源)유한공사로 불리는 한화큐셀은 중국에서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지 불과 6년이 채 안 돼 글로벌 무대를 쥐락펴락하는 반열에 올랐다. 한화큐셀 치둥 공장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은 물론 미국과 유럽까지 팔려 나간다.
지난 4일 찾은 한화큐셀 치둥 법인 23만㎡(약 7만평) 부지 남쪽에는 모듈, 북쪽에는 셀 공장이 들어서 있었다. 한 해 생산 능력은 2.4GW 상당으로, 치둥시 각 주택 지붕에 태양광 모듈 10장만 깔면 치둥에 사는 인구 전체가 풍족하게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모듈 한 장은 셀 부착 개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270W 또는 320W의 파워를 낸다.
한화큐셀은 치둥 법인 외에도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 등 3개 나라에 제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총 생산 능력은 5.2GW(셀)에서 5.5GW(모듈)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세계 1위 규모다.
2010년 한화그룹이 중국 태양광 기업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할 초창기부터 파견 온 김은식 운영부문 부장은 "한화큐셀 전체 매출액은 약 3조원 정도인데 치둥 법인의 매출은 1조원이 조금 넘는다"며 "평균 판매 가격은 중국보다 미국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한 해 전 세계 태양광 발전 수요는 60~65㎾인데 이 가운데 중국이 17~18GW를 소요하는 가장 큰 시장이다. 김 부장은 "태양광 '챔피언'은 수요와 공급 모두 중국 토종 기업"이라며 "원재료는 물론 부재료까지 중국 기업을 거치지 않고선 불가능해 원가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이 원재료 폴리실리콘만 한화케미칼로부터 납품받고 나머지 공정을 현지에서 수직 계열화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치둥 공장에서 북쪽으로 500㎞ 떨어진 롄윈항(連雲港)에서 잉곳과 웨이퍼를 공급하면 셀ㆍ모듈 생산과 판매까지 치둥 법인에서 이뤄진다.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공정은 예상 외로 단순했다. 맨 밑에 강화유리를 깔고 쿠션 기능을 하는 에바(EVA) 시트와 셀 60개(혹은 72개)를 연결한 전지판을 올린다. 또 접착 기능의 에바 필름과 백 시트를 위에 얹어 고온 진공 상태의 라미네이팅 공정을 거친다. 여기에 알루미늄 프레임을 양 테두리에 부착하고서 전원 케이블과 커넥터를 연결하면 끝이다.
모듈 공장 2파트를 담당하는 안태환 부장은 "셀은 1개당 4.3~4.5W의 전력을 가진 건전지라고 보면 된다"며 "60셀(가로 6개×세로 10개) 전용 모듈 라인에서는 하루 3200장의 모듈을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LED가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소자라면 셀은 빛을 받아 전기를 내는 반대 원리다. 이 셀을 붙여 만든 모듈은 태양광 발전을 위한 가장 작은 단위 부품인 셈이다.
태양광 모듈은 주로 주택의 지붕에 올리느냐(루프톱) 땅에 올리느냐(발전소)로 구분한다. 김 부장은 "일본, 유럽처럼 땅이 좁거나 전기가 비싼 선진국에서는 루프톱 수요가 많은 반면 중국, 아프리카, 인도 등 땅이 넓고 사막이 많으면서 전기가 부족한 지역은 발전소를 많이 짓는다"고 했다.
한화큐셀의 생산 능력은 2012년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의 큐셀을 인수하면서부터 두 배 이상씩 늘었다. 그 사이 인력은 1만2000여명에서 5000명 미만으로 확 줄었다. 자동화 설비 투자를 꾸준히 진행한 덕분이다.
안 부장은 "우리 모듈 공장 자동화율은 80% 정도인데 로컬 기업은 50% 안팎에 불과하다"며 "외자 기업 특성상 현지 인력 관리의 어려움을 라인 재정비 등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셀 공장도 오는 11월까지 자동화 추가 증설을 마칠 예정이다.
김 부장은 "태양광은 결국 투입 대비 얼마의 아웃풋을 '빨리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느냐'의 장비 싸움으로 시작한다"며 "올해 1분기 실적만 놓고 봤을 때 글로벌 톱5 중에 선적량은 가장 적었지만 이익률은 1등이었다"고 전했다. 1등의 기준이 다양한데 한화큐셀은 생산 능력과 이익률 부문에서 단연 최선두권이다.
◆김상훈 한화큐셀 치둥 공장장 "中 맹추격에도 리더 비결은 '기술력'"
"태양광은 지구가 존재하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는 자원이자 시장입니다. 좀 더 과장해 볼까요? 에너지가 화폐 수단이 되는 시절이 올 수도 있습니다."
김상훈 한화큐셀 치둥 공장 공장장(전무)은 빛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에너지원 태양광은 성장을 멈출 수 없는 무한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태양광은 물론 각종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하면 에너지를 사고파는 게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돈을 지불하고 물을 사먹는 오늘 날의 모습이 상상 속 일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태양광이 '돈이 된다'는 인식은 널리 퍼져 있다. 전 세계 기업이 너도 나도 뛰어들면서 출혈 경쟁에 공급 과잉 우려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을 본격화하던 2010년 업황은 고점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고 이듬해부터 시황은 꺾이기 시작했다.
김 전무는 "태양광시장은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다 수요와 공급 밸런스는 곧잘 무너진다"며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1~2등 선두 그룹에 들고 나서 경쟁자로부터 기업의 위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면 더 이상 시황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처럼 한 분야에서 기업이 힘을 키우고 재력을 쌓으면 시장 환경에 일희일비하는 단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 사업은 모듈 조립 등 기술력 면에서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편이라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토종 기업의 기세가 등등하다. 중국 로컬 기업이 뒤늦게 발을 담갔지만 전 세계 '톱5' 기업 가운데 4곳을 차지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화큐셀은 기술력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김 전무는 "핵심 가치를 높이는 설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며 "한화기계(옛 한화테크윈)로부터 납땜질을 하는 솔더링과 제빵에서 오븐 기능을 하는 라미네이팅 공정 설비를 들여왔는데 성능이나 품질 면에서 다른 기업이 쫓아올 수 없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상위 버전의 윈도 프로그램을 개발하듯이 태양광 설비도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해야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김 전무는 "태양광 에너지 100을 투입했을 때 얼마의 효율을 내느냐가 관건인데 우리는 평균 18.4% 수준"이라며 "비용은 줄이면서 효율은 더 높일 수 있도록 기존 설비를 재정비하고 노후 설비는 교체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최근 다결정 60셀 태양광 모듈 효율 19.5%를 달성해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는 등 최고의 효율을 인정받았다. 한화큐셀 치둥 공장의 단기 목표는 올해 생산 능력(2.4GW)을 최대치로 뽑아내고 내년에는 최대 경쟁사인 중국의 진코솔라를 제치고 이익률 부문에서 전 세계 독보적 1위 기업에 오르는 것이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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