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가장 비판을 많이 받은 곳 중의 하나가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을 겨냥하는 비판의 핵심은 '공적자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혈세를 낭비했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산업은행이 조선산업에 쏟아부은 지원금은 모두 공적자금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공적자금'이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시스템리스크에 빠진 금융기관을 회생시키거나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위해 쓰인 돈이다.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가 발행한 채권으로 조성된다. 정부가 국회 동의 하에 지급보증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이같은 '협의의 공적자금'이란 개념이 '은행이 대출금을 떼이게 돼 망할 위기에 처한 기업에 빌려준 돈'이란 광의의 개념으로 확대돼 쓰이다보니 산은의 여신의 출처가 모두 국민 혈세에서 나온다는 오해를 불러오고 있다.
산업은행이 공급하는 여신자금엔 산금채나 예수금 등 자체 조달자금이 있기 때문에 이를 모두 '공적자금'이라고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 산은이 대기업에 빌려주는 여신의 출처는 산은이 영업활동을 하거나 시장성 자금을 조달해 벌어들인 자금도 포함돼 있다. 산은의 자금조달처 중 원화예수금 규모는 34조원(4월말 기준) 수준이다. 이는 산은 전체 원화조달금 중 27%를 차지한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이 정부소유기관으로서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러기 이전에 은행으로서 기능을 해서 예수금이나 산금채로 시장성 자금을 끌어모아 자금을 만들기 때문에 산은에서 나온 자금 모두를 공적자금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산은이 정부소유 은행으로서 부실이 나면 이에 대한 보전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산은의 자금출처에 '광의의 공적자금'이 일부 포함되는 것은 사실이다. 한은이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산은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사례나 기획재정부가 작년 4월 산은에 2조원을 현물출자한 것이 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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