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과 달리 법적문제 안돼"…檢, 폭스바겐 한국법인 전·현직 임원 소환 방침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배출가스' 조작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는 폭스바겐이 한국 소비자에 이어 '한국 법(法)'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이른바 '디젤 게이트'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에서 다른 대응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미국 법무부, 환경보호청(EPA) 등과 협의를 통해 총액 153억달러(약 17조 7800억원) 지급 방안에 합의했다. 미국 소비자 47만50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최소 5100달러에서 1만달러까지 배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문제는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됐다. 검찰이 전면 수사에 나서면서 '조작의 실체'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차량을 구입한 한국 소비자 피해 보상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한국 법마저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 한국법인은 "디젤 이슈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만 임의설정에 해당하는지는 법률 해석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한국과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임의설정이 해당되지 않으며 미국에서만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폭스바겐은 문제로 지적된 EA189 엔진을 장착한 디젤차 환경부 인증이 2007년 12월~2011년 12월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법상 '임의설정' 규정은 2012년 1월부터 시행돼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폭스바겐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배출가스를 조작한 차량을 판매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은 책임 회피성 변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 집단소송을 담당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폭스바겐이 이제 와서 황당하게 '조작이 아니다', '임의설정이 아니다' 라고 부인하는 사실에 근거해 환경부는 더 이상 리콜절차를 허용해서는 안 되고 즉시 대기환경보전법 제50조 7항에 따라 자동차 교체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배출가스 검사에서 불합격한 자동차 제작자에게 이미 판매된 자동차 배출가스 관련 부품 및 자동차 교체를 환경부 장관이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리콜 수준의 대책이 아니라 자동차 교체와 같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검찰은 폭스바겐이 한국 법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며 버티기에 나섬에 따라 고강도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폭스바겐 전·현직 고위 관계자를 연이어 소환해 인증조작을 둘러싼 위법행위를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2005∼2012년 폭스바겐 한국법인 사장을 지낸 박동훈(현재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씨를 다음 달 5일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
검찰은 2012년 말부터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대표를 담당하는 요하네스 타머(61·독일)씨도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사장은 주로 '유로5' 차량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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