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음악으로 구매 심리 자극…감성마케팅 진행
상품구성(MD)·날씨 등에 따라 배경음악 선곡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백화점 쇼핑을 나온 김이경씨가 영캐주얼 매장에 들어서자 발랄한 아이돌그룹 갓세븐의 딱좋아가 흘러나왔다. 빠른 템포 덕분에 기분이 상기되면서 쇼핑 리듬에도 속도가 붙었다. 같은 층에 위치한 소품코너로 이동했더니 강한 비트의 전자 기타 음악이 흘렀다. 왠지 가죽 팔찌를 사야할 것만 같다. 여성복 층으로 발길을 옮겨 실크 블라우스를 입어보는데 귓가에 영화 오즈의 마법사 OST인 오버 더 레인보우 피아노 선율이 맴돌았다. 입어본 블라우스가 왠지 더 우아해보였다.
백화점들이 사운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배경음악을 통해 고객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감성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 업체들은 비오는 날, 맑은 날, 눈 오는 날 등 날씨별로 나누는 것은 물론 여성복, 남성복 등 층별 특징을 파악해 배경음악을 선곡하고 있다. 심지어 같은 층임에도 취급하는 상품의 성격에 따라 다른 배경음악을 배치하기도 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점별 방송실에서 진행하던 배경음악 운영을 부산 통합 방송센터에 일임했다. 점별 통일성을 높이고 선곡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방송실에서 비전문가가 CD를 통해 음악을 재생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CD 10장의 가격으로 100곡 이상의 음원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실제 롯데백화점 하루에 쓰이는 음원은 150~200여개로, 상품구성(MD)별로 배경음악을 선곡하고 있다. 남성복, 여성복 등 MD별로 나뉜 음악 콘셉트는 6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통합센터에서 배경음악 선곡, 미아 찾기, 멘트 신청 등을 한꺼번에 운영하다보니 제어가 용이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기존 방송실을 없애고 통합운영센터에서 배경음악을 통제하고 있다. 통합운영을 통해 전점에서는 같은 시간대에 동일한 음악 선곡이 가능하게 됐다. 명품관이나 정장의류구간에는 클래식이나 재즈 위주로, 젊은 고객이 많은 캐주얼 장르에는 템포가 빠른 음악을 구성했다. 기존보다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브랜드 정체성 확립도 보다 용이해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각각의 방송실이 있던 과거에는 점포마다 다른 음악들이 흘러나와 통일된 브랜드 정체성을 세우기 어려웠다"며 "음악 선정이 통합운영방식으로 변경하자 브랜드 인식 효과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갤러리아명품관은 배경음악 선정을 점포에서 직접 한다. 음악 콘셉트도 경쟁사 대비 2배가량 많은 11개로 세분화했다. 명품관만을 위한 맞춤형 음악방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콘셉트가 11개로 세분화되다 보니 시간대별 음악도 다르다. 오전에는 활발하고 경쾌한 무드의 음악을, 오후에는 리듬이 빠르고 신나는 음악을, 저녁에는 차분하고 분위기 있는 음악을 구성해 고객의 쇼핑 리듬을 돕는다. 당일 매출과 날씨도 배경음악을 선정하는 또 다른 기준이 된다. 매출이 적을 때는 상대적으로 볼륨을 올려 매장의 분위기를 살리고,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볼륨을 낮춰 상황별 맞춤형 감성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갤러리아명품관 관계자는 "숨은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25억원을 투자했다"며 "작지만 세심한 배려를 통해 고객이 갤러리아백화점에서 편안함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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