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국제 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지난 1월 출범 이후 첫 연차총회를 열었다.
2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한 호텔에서 개막한 연차총회에는 장가오리(張高麗) 국무원 부총리 등 중국 고위급 관료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57개 회원국 대표가 참석했다.
장 부총리는 개막식 축사에서 "AIIB 출범은 의지가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윈윈(Win-win)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을 가진 새로운 파트너십, 새로운 형태의 개발은행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다자 간 규칙을 잘 따르고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회에서 AIIB는 출범 후 처음으로 대출 프로젝트 4건을 승인했다. 방글라데시 전력시설 확장(1억6500만달러), 인도네시아 슬럼가 정비(2억1650만달러), 파키스탄 고속도로 건설(1억달러), 타지키스탄 국경도로 개선(2750만 달러) 등 4건으로 규모는 5억900만달러에 달한다.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는 "이번 투자 사업이 이 지역의 심각한 인프라 파이낸싱 격차를 줄이고 지역 연결을 강화할 것"이라며 "'비용보다는 이득이 있고', '질이 높은' 인프라 사업에 투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세 개 사업이 우리의 개발 파트너인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과 공동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방글라데시 인프라 투자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 사업 3건은 WB, ADB, EBRD와 공동으로 추진된다.
역내 회원국 대표로 기조연설에 나선 유 부총리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국제 금융시장이 반응을 보이고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과 불안에 직면해 있다"며 "AIIB는 협력을 통해 도전에 대응하고 공동번영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부터 조직과 제도를 갖추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신뢰와 투명성 확보를 통한 조직 강화, 유능한 인재 채용으로 독자적 투자 역량 확보, 조직 정비 및 사회·환경 분야 정책 강화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AIIB는 지난 2013년 10월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이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설립을 제안한 국제 금융기구로,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1월16일 역내 37개국, 역외 20개국의 참여 속에 총 1000억달러의 자본금으로 출범했다. 중국은 297만8000만달러를 출자해 가장 많은 29.78%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인도(8.37%) 러시아(6.54%) 독일(4.48%) 한국(3.74%) 등 순이다.
현재 57개 회원국 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진 총재는 현재 24개국이 추가로 회원 가입을 희망해 왔다"며 "9월 말까지는 계속 회원 가입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AIIB는 이번 총회에서 내년 6월 열리는 제2차 총회 개최지로 한국 제주도를 확정했다. 이로써 내년 총회는 6월16일부터 2박3일 동안 제주도에서 열리게 됐다.
한편, AIIB 리스크 담당 홍기택 부총재(전 산업은행장)는 이날 열린 첫 연차총회에 불참했다. 한 소식통은 "(홍 부총재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자리인 것은 아니다"며 "(한국) 언론과의 접촉을 꺼린 것 같다"고 전했다.
홍 부총재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 지원이 청와대·기획재정부·금융 당국이 결정한 행위로 애초부터 시장 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으며 산업은행을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홍 부총재 측은 즉각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대외 노출을 꺼리고 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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