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는 온오프라인 통합 10주년을 맞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국력 제고를 위해 뛰는 현장을 직접 찾아갑니다. 산업통상자원부, KOTRA, 무역보험공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중국 대(大)기획 시리즈 '우문현답, 다시 뛰는 산업역군'을 통해 드넓은 중국 대륙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산업역군의 치열한 삶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달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뉴아시아-우문현답, 다시 뛰는 산업역군<2>CJ 비비고 만두 장먼공장
홍콩 기업과 손잡고 현지 생산 판매
영업 조직 재정비로 매출 급증세…장먼공장 24시간 풀가동
고기 선별부터 엄격한 맛·품질 관리
로컬 기업 없는 증숙 공정…쫄깃한 피에 풍부한 육즙 중국인 입맛 잡아
9월까지 설비 두배 증설…4년 뒤 매출 2000억원 목표
[장먼(중국)=아시아경제 김혜원 특파원] 만두의 '본고장' 중국에서 만두 사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무모한 도전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일본 기업이 한국에서 '기무치(김치)' 장사를 하겠다는 격이었다.
철옹성 같던 중국 만두시장에 과감히 뛰어든 기업이 바로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1년 중국 남동부에 식품 매장 70여개를 보유한 홍콩의 다창싱(大昌行·DHC)그룹과 손 잡고 광둥시제다창(廣東希傑大昌) 냉동식품유한공사를 설립했다. CJ제일제당과 다창싱그룹은 각각 60억원, 40억원을 들여 연산 4000t 규모의 공장을 세우고 2012년 하반기부터 직접 만두를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지 대형마트서 인기 "조금 비싸지만 맛있어요"= 지난 17일 찾은 중국 광둥성 광저우 소재 화룬완자(華潤萬家) 대형마트에는 '비비고 왕교자'를 찾는 중국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시식 코너에서 한 번 맛을 본 중국인은 로컬 기업 제품에 비해 다소 비싼 가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한국에는 없는 중국인 입맛에 맞춘 옥수수와 배추 왕교자는 특히 인기였다.
건너편 판매대의 경쟁사 판촉 여사원은 "처음에는 별도의 매대도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갑자기 인기가 많아지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화룬완자보다 프리미엄 매장인 타이구휘(太古匯) 올레(OLE)점에는 냉동 만두 매대를 비비고가 점령하다시피했다. 중국인 단골 고객은 하반기 출시 예정인 김치 왕교자가 언제 나오는지 확인하고서는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실제로 CJ 비비고 만두의 판매 흐름이 확 바뀐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초기 2~3년 동안은 '사업을 접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제품 인지도는 바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25명에 불과했던 판촉 사원을 180명으로 늘리며 영업 조직을 재정비하고 한국에서도 대박을 터뜨린 비비고 왕교자가 중국시장에서도 통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순식간에 돌변했다.
박종섭 냉동마케팅 팀장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영업 조직과 플래그십 제품 라인업을 갖추면서 매출이 갑자기 급증했다"며 "올해는 지난해의 세 배 수준인 250억원 이상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20년 매출 목표는 2000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제품과 사람 접촉 최소화…맛도 품질도 다 잡는다= 비비고 만두 공장은 광저우 바이윈 국제공항에서 차로 2시간여 떨어진 장먼시 신휘구에 있다. 방진복을 겹겹이 입고 에어 샤워를 통과하자 '여기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건강하며 맛있는 만두를 만드는 곳'이라는 큼지막한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곳에서 만난 차영배 공장장은 "제품과 사람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맛과 품질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어 경쟁사와 설비가 같더라도 결과물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주문이 밀려들면서 지난 4월부터 공장은 24시간 풀 가동 중이다.
만두소를 만드는 공정에서는 고기 선별 작업이 한창이었다. 고기는 만두의 육즙을 좌우하는 만큼 무엇보다 고품질의 원재료를 고집한다고 했다. 한쪽에서 야채 세척기가 자동으로 배추를 씻어내면 한 번 더 사람의 손을 거쳤다. 고기와 원재료를 적절한 배율로 섞어 완성한 만두소는 성형 공정으로 옮겨졌다.
제면실에 들어서니 밀가루 냄새가 가득하다. 온도계는 20도를 가리키고 있다. 면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저온에서 숙성한다. 면대 라인의 밀대를 거칠 때마다 두툼했던 면 반죽은 조금씩 얇아졌다. 차 공장장은 "면 식감을 좋게 하기 위해 진공 믹서를 이용한다"며 "총 7번의 롤링을 거치는데 매번 두께는 25~30%씩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만두피와 만두소는 사람의 '손' 역할을 하는 성형기에서 만난다. 동그란 모양으로 피를 잘라 소를 채우고 접합하면 손으로 빚은 것보다 더 예쁜 만두가 순식간에 줄줄이 만들어졌다. 성형이 끝난 만두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증숙(蒸熟)기로 들어간다. 100도 찜통에서 노릇노릇 구워진 만두는 또다시 영하 40도에 가까운 냉동기로 빨려들어갔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과정 끝에 완제품이 탄생했다. 증숙은 중국 만두에는 없는 공정이다. 얇으면서도 쫄깃한 피와 풍부한 육즙이 가득한 비비고 만두의 맛 비결이 여기 숨어 있는 셈이다.
금속 검출기를 통과한 만두는 플라스틱 트레이에 하나씩 담겼다. 차 공장장은 "처음에는 우리나라처럼 큰 봉지에 넣어 포장했는데 중국인들이 플라스틱 틀에 담긴 각 잡힌 포장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바꿨다"고 전했다. 포장 작업은 15도 미만의 저온에서 이뤄진다. 현재는 방진복을 껴입은 직원들이 직접 포장하고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포장 공정도 전면 자동화한다.
◆올 9월 생산량 2배 증설…프리미엄시장 '톱3' 목표= 지난해부터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설비 증설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9월까지 45억원을 들여 라인 증설을 마치면 생산량은 연산 4000t에서 8000t으로 두 배 늘어난다. 향후 2년 내에는 화남 이북 지역까지 커버하는 제2의 생산 기지 신설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CJ는 일반적인 만두시장은 물론 가격대가 한 단계 높은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팀장은 "중국에서는 아직 프리미엄 만두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며 "우리의 오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시장 자체를 업그레이드하고 중국인들이 양질의 만두를 먹을 수 있는 기쁨을 주자는 게 모토"라고 설명했다.
중국 만두는 지난 20여년 동안 크게 바뀌지 않은 수교자 형태를 유지할 뿐 만두의 고급화도 동일한 피에 재료만 다양화하는 수준이다. 특히 신설 라인에서는 수탕에 적합한 왕교자를 별도 생산할 예정으로,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수교자와의 한판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시판 중인 왕교자는 4가지 방식으로 '찌고 삶고 굽고 튀겨' 먹을 수 있다. 한국 본사에서 파견 온 소완섭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과장은 "현재 35g의 왕교자 무게를 삶아 먹기 가장 적당한 크기인 20~25g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중국通의 한마디…"中시장, 구체 타깃 정하고 최소 5~10년 투자해야"
박근태 CJ중국 대표 겸 CJ대한통운 대표는 30여년 동안 한 우물만 판 유명한 중국통(通)이다. 그는 중국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인에게 "멀리 보고 최소 5~10년은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중국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지 말고 구체적인 타깃시장을 정해 투자해야 한다"며 "가장 적합한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전 시장조사 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며 "한국식 사고 방식과 접근법을 중국에 그대로 적용하면 위험하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성공한 자신 있는 제품도 시장조사나 현지 테스트 등을 통해 현지에 맞는 제품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어 "한국 기업은 단기간의 성과에만 목을 매는데, 중국 사람과 먼저 친구가 되고 비즈니스를 진행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식품시장에서의 가장 중요한 성공 포인트로는 제품 경쟁력 확보를 꼽았다. 그는 "현재 중국에서 일고 있는 건강이나 안전 트렌드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 전략과 명확한 타기팅이 중요하다"며 "중국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중국의 내수시장에서 식품과 외식 산업, 그리고 문화 콘텐츠 분야는 앞으로도 큰 성장이 예상된다"며 "사업적 기회가 열리고 있으나 한국 기업은 중국시장 진출 시 브랜드 경쟁력과 자본력에서 열세이기 때문에 유통 단계 진입부터 쉽지 않아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먼(중국)=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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