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일반인들 사이에서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가 유명해진 건 12년 전쯤이다. 김 교수는 2004년 만 48세의 젊은 나이에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대한민국 1호' 여성 대법관에 임명됐다.
대법관 퇴직 이후엔 연간 수십 억원의 수입이 보장(?)되는 '전관 변호사' 대신 후학 양성의 길을 택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던 2012년엔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주창해 이슈의 중심이 됐다.
부정청탁금지법이 오는 9월28일 시행된다.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오늘까지가 입법예고 기간이다. 시행 100여일을 앞둔 지금 온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여러 의견이 존재하지만 찬성과 개정, 반대 등 크게 봐서 3가지다.
반대론자들은 법적용 범위나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과잉입법 소지가 있고, 법 내용도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모호한 만큼 자의적 해석과 그에 따른 검찰권 비대화 논란도 있다. 헌재의 위헌 여부 판단도 남아있다. 찬성론자들은 강력한 법이 아니고서는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는 거다.
시행을 앞둔 시기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등장한 건 법 개정 요구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ㆍ소상공인단체, 농림축수산단체 등 26개 경제단체는 21일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법안을 개정해 달라는 의견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법이 허용하는 음식과 선물의 상한액을 현재 3만원, 5만원에서 각각 7만7000원,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해달라고 건의했다. 법률 상 금품의 범위에서 농축수산물과 화훼, 음식은 제외해달라고도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식료품 소매업과 음식점업 등 69만 소상공인이 2조6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게 된다고 거들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술 더 떠 연간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며 반대논리를 제공했다. 저성장, 내수침체 등 경제현실을 감안해 미루자고도 했고, 관련 산업에 대한 피해 경감대책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거의 매일 뉴스에는 전관예우와 부정청탁, 각종 비리와 관련된 사건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뉴스에 달리는 댓글만 봐도 이를 바라보는 국민정서는 서릿발 같다.
지난해 김 교수는 한 TV프로그램에 나와 부탁 한가지를 했다. "더 이상 이 법을 김영란법이라고 부르지 말아달라. 이 법은 우리 사회 문화를 바꿔나가는데 필요한 부패방지법이다". 모두들 법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했다. 논란 속에서 잊고 있는 것을 챙겨야한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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