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주력산업, 해외로 떠나는 기업들과 사라지는 일자리, 약진하는 진보진영, 권력기관으로 변질된 노조, 대규모 재정고갈, 차이나쇼크"
최근 한국경제를 대변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2004년에 화제가 된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이 쓴 '10년 후 한국'에서 그린 대한민국의 우울한 현주소였다. 그는 이런 문제점을 고치지 않으면 "10년 후 한국은 없다"면서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가 곳곳에 뿌린 내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책에서 언급된 키워드를 보면 우리 경제 여건이나 상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게 없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해가 갈수록 대내외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제는 10년 후는커녕 5년 후의 미래도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과 해운에서 불어닥친 구조조정광풍이 전 산업계로 확산되면 기업들로서는, 원빈이 주연한 '아저씨'라는 영화 대사처럼 "오늘만 사는" 것이 지상과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공 소장은 연초에 '3년후, 한국은 없다'라는 책을 냈다.
기업의 위기는 밖에서 오는 위기(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천재지변과 전쟁, 지정학적 리스크 등)와 안에서 오는 위기(실적악화, 유동성위기, 경영권분쟁,오너리스크, 노사갈등 등)로 나뉜다. 밖에서 오는 위기가 불가항력이라면 안에서 오는 위기는 대주주와 경영진, 노사가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위기를 사전에 없앨 수 있거나 반대로 위기를 더욱 키울 수 있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롯데그룹은 안에서 오는 위기를 키운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계열사가 81개에 이르는 재계 서열 5위의 대기업집단이지만 장기간 총수 1인과 총수일가 소유와 소유와 경영의 일체화, 폐쇄적인 지배구조 등을 벗어나지 못한데다 형제간 경영권분쟁에 금품수수의혹까지 겹치면서 2세 경영자인 신동빈 회장이 추진해온 뉴롯데가 구시대경영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롯데그룹과 오너가로서는 이번 위기를 구시대경영과의 완전한 결별의 계기와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다.
10년 전인 2006년 공정위가 내놓은 대기업집단현황을 보면 어느 한곳도 위기를 겪지 않은 곳이 없고 이중 상당수는 현재도 위기를 겪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은 여전히 건재하고 두산과 동국제강은 구조조정을 통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한화는 유화와 화학,방산, 면세점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당시 20위인 하이닉스반도체와 47위 하나로텔레콤은 이후 SK그룹에 인수됐다. 서열 32위인 STX그룹과 34위 동양그룹은 와해됐다. 케빈 케네디와 메리 무어의 '100년 기업의 조건' 에 따르면, 세계 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단 13년에 불과하고 30년이 지나면 80%의 기업이 사라진다고 한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빠른 변신과 함께 환경 대응력을 높이지 않는다면 10년 후 재계지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이경호 산업부 차장·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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