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본사 압수수색 후 일주일, 전방위 수사…해외 사법공조 어려움, 수사 장기전 관측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둘러싼 압수수색을 단행한 지 일주일이 흘렀다. 재계 서열 5위 롯데를 향한 검찰 수사의 가장 큰 특징은 '저인망식 수사방식'이다.
특정 혐의를 캐는 과거 기업 수사와 달리 이번 롯데 수사는 전방위적 수사라는 점에서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검찰 수사팀은 10일과 14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롯데그룹 본사는 물론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16곳을 포함해 총 30여곳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회사 사무실 외에도 임직원의 주거지와 친인척 주거지까지 샅샅이 훑는 작전이었다. 검사와 수사관 등 수백명의 검찰 인력이 투입됐고, 트럭 십수대 분량의 압수물을 확보했다. 다만 수사 초기 단계여서 아직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임직원은 없다.
검찰은 처음부터 롯데그룹 최고위층을 겨냥하는 수사방식을 선보였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의 가장 은밀한 공간도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롯데 계열사들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검찰은 증거인멸 행위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그 문제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를 경우 사건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대응에 나섰다.
롯데그룹 측에서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불편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롯데케미칼 등 일부 계열사는 공식 반박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검찰수사를 계기로 주주가치 제고의 저하와 추측성 의혹들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의해 언론에 보도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통탄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검찰 의도와 무관하게 각종 의혹이 무차별 폭로되고 있는 상황은 검찰 입장에서도 부담 요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2 롯데월드를 둘러싼 수사 착수 여부, 서울 서초동 롯데칠성음료 부지 용도변경 의혹 등이다. 검찰은 "롯데칠성 부지와 관련한 사안은 현재 수사에 착수할 만한 단서를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또 다른 고민은 롯데 비자금 의혹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서는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파헤쳐야 하는데 사법공조가 제대로 이뤄질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은 일본 쪽과의 사법공조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중국 쪽과는 협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그룹 측이 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 등 국내 대형 로펌들로 연합 변호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법리 공방도 검찰 입장에서 만만찮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롯데는 특별수사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주축으로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의혹 제기는 관심 있게 보고 있지만, 의혹이 많다고 함부로 수사에 착수한다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면서 "압수물을 전부 감사하듯이 볼 수는 없고, 피의사실에 관한 걸 추출해서 해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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