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11개월새 최대상승폭 '부동산 턴어라운드'
전주대비 아파트 매매價 0.14% 상승
강남구 0.29%·관악구 0.23% 올라
대치선경1·2차 최대 5000만원 뛰어
정부 규제완화, 실수요·투자심리 견인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조은임 기자]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강남권 재건축이 상승세를 주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첫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4% 상승했다. 올해 들어 최대 주간 상승폭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 마지막주(0.15%) 이후 가장 크게 오른 것이다. 서울에서는 특히 강남구가 0.29%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개포주공 등 재건축 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곳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졌다.
대치동 선경1, 2차가 2500만~5000만원, 개포동 주공1, 3단지가 500만~4000만원 가량 올랐다. 김민영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매도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거래자체는 많지 않지만 매수 문의는 여전히 활발하다"고 전했다.
이어 관악(0.23%)은 신림경전철 호재로 수요자들의 문의가 이어지며 상승세를 탔다. 재건축으로 주목받는 송파(0.21%) 역시 큰폭으로 올랐다. 이어 용산(0.17%), 중구(0.17%), 강동(0.16%), 서대문(0.16%), 영등포(0.16%), 도봉(0.15%) 순으로 상승했다.
강남권 재건축단지가 대출규제와 공급과잉 우려에 올 들어 주춤했던 집값을 다시 뚜렷한 반등세로 돌아서게 한 것이다. 주택시장에 각종 악재는 여전했지만, 재건축 인기가 높아지면서 사업 속도가 가팔라지고 집값은 올랐다. 현 정부 2기 경제팀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부동산을 활용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재건축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푼 것은 주요한 요인이다.
여기에 강남이라는 입지적 특수성이 더해졌다. 선호도가 높은 까닭에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다, 경기침체기에 접어들어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강남은 가장 늦게 영향을 받고 하락폭도 작다는 기대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서 조합원이 분양권을 포기하지 않는 경향도 크다. 얼마 전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은 강남권 한 단지는 조합원 분양 신청률이 99%에 육박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조합원이 재건축하는 아파트에 그대로 눌러 살겠다고 결정한 셈이다.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면서 수천만 수억원씩 자산가치가 뛰니 적지 않은 분담금을 기꺼이 감수한다고 볼 수 있다.
재건축 과정에서 진행한 일반분양에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한 점도 집값을 끌어올린 요인.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은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을 무색하게 할 만큼 청약경쟁률은 치열했고 단기간 내 모두 팔려나갔다. 재건축단지의 고분양가는 새 아파트를 둘러싼 주체들의 이해관계 '네 박자'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현상이다.
조합은 기존 주민, 즉 조합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 물량의 가격을 높이고자 한다. 시공사 역시 공사비가 제한적인 만큼 일반분양분을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내려는 조합에 동조한다. 실거주나 투자를 목적으로 분양받으려는 이들 또한 분양가 이상으로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더욱이 인근 중개업소나 주민 역시 주변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고분양가를 싫어하지 않는 눈치다.
서울에서도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개포동 재건축단지의 경우 강남권을 넘어 서울ㆍ수도권 부동산시장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왔던 만큼 자연스레 관심은 앞으로 분양시장에 나오는 아파트들의 분양성적으로 모아진다. 일단 현재까지 분위기는 좋다. 지난 3일 문을 연 래미안 루체하임의 견본주택에는 이번 연휴에만 3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삼성물산 측은 추산했다. 청약에 의향있는 잠재수요층을 대상으로 한 사전설명회에도 적잖은 이가 다녀간 점을 감안하면 이번 주 청약접수에도 상당한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원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이 단지는 일반분양하는 332가운데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평형 물량이 80%에 달한다. 앞서 개포지구 재건축단지 가운데 처음 일반분양에 나섰던 주공2단지(래미안 블레스티지)의 경우 중소형이 절반 정도였다. 한승완 루체하임 분양소장은 "지하철이 가까워 개포지구 내 다른 단지와 달리 실질적 역세권으로 꼽힌다"며 "개포에서 첫번째로 입주할 예정인 만큼 집값 오름세도 주변 아파트보다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개포지구 내 첫 재건축 일반분양을 했던 주공2단지(래미안 블레스티지)나 반포 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한 신반포자이는 청약경쟁률 수십대일에 완판까지 일주일 정도 걸렸다. 지방에 있는 중소ㆍ중견규모 건설사 아파트의 경우 청약접수가 한두건에 불과한 곳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졌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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