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45%는 접대비 3만원이 지나치게 적다는 의견
가장 큰 영향력이 예상되는 분야는 ‘건설·건축·토목·환경’ 분야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직장인들 10명 중 절반 가량은 올해 시행될 예정인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접대비 3만원이 적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7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김영란법에 대한 직장인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접대 목적으로 지출하는 한 달 평균 금액은 ‘10만원 이내’, ‘11만~49만원’이라는 대답이 23%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없다’는 의견은 22%로 뒤를 이었고 ‘50만~99만원’이 13%, ‘100만원대’가 6%, ‘200만원대’가 4%, ‘300만~400만원대’는 1%로 나타났다. ‘500만원 이상’이라는 2%의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명절’(26%), ‘거래처와의 식사’(25%) 등의 이유로 접대비를 소비하고 있었다. ‘거래처 직원 경조사’(22%) 참석을 위한 비용도 포함됐다. 물론 ‘딱히 쓸 일이 없다’는 의견도 17%로 꽤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직장인이 접대비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음에도, 김영란법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김영란법 입법예고에 대해 인지하고 있던 직장인은 전체 응답자의 84%로, 이들 중 상당수가 김영란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이 부정부패 및 비리 척결을 위해 당연한 일이며 꼭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이 24%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 ‘공무원 및 공직사회에서의 변화가 기대된다’는 입장이 18%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세상물정 모르는 한심한 정책이다’는 평은 4%, ‘수출·내수위축이 지속되는 경제 현실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법’이라는 평은 3%로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제한하는 접대비 한도 금액에는 다소 불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법이 거래처 직원 1인에게 접대비는 3만원, 식사비는 5만원, 선물비는 10만원 한도로 제한하고 있는데 반해, 직장인들은 접대비로는 16만원, 식사비는 10만원, 선물비는 14만원 한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
또한 ‘이 법이 본인이 종사하고 있는 직종 전망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의견이 분분했다. ‘아니다’라고 보는 응답이 55%로 많았지만, ‘그렇다’고 보는 응답도 45%로 나타났다. 김영란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리라 기대되는 직종은 ‘건설·건축·토목·환경’ 분야(73%)였다. 이어 ‘마케팅·광고·홍보·조사’ 분야와 ‘의료·간호·보건·복지’, ‘교육·교사·강사·교직원’ 3개 분야 종사자들의 57%가 김영란법의 영향력을 예상했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아시아 1위의 청렴국가로 손꼽히는 싱가포르의 반부패법은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다”며 “우리 사회 역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설문 소감을 전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6월7일까지 인크루트 회원 1105명을 대상으로 실행되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59%P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11년 6월,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 교수는 공직사회의 기강 확립을 위해 김영란법을 처음 발의했다. 이법은 몇 해 동안 국회에서 논란을 거듭하다 2015년 3월27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마침내 제정됐다. 이 법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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