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군부대를 방문하는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정치권은 항상 국방과 애국, 안보를 강조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빈번한 병역기피 사례로 국민들의 지탄을 가장 많이 받는 집단이기도 하다. 6월 6일 현충일을 맞아 각 당 대표들의 병역사항을 살펴봤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하면서 한국전쟁을 연상케 하는 빛바랜 군 시절 사진 두 장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지난 1960년~1961년까지 20사단 임진강 대대에서 대위로 복무했다. 그는 아버지를 일찍 여읜 독자인 '부선망독자'로 징집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할아버지인 가인 김병로 선생의 뜻에 따라 입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대표는 "일반적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이 병역도 미필하고 적당히 지내고서 정치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 국민들의 인식"이라며 "모두가 다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06년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병역기피 의혹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공격을 받았다.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은 "김 후보자의 병적증명서를 보면 1971년에 징병검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기재돼 있다"면서 "1975년에 폐결핵 등 질병으로 소집면제 처분을 받았는데 1978년 검사임용 당시 신체검사에서는 모두 정상으로 나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행정상 착오로 잘못 기입된 것"이라며 "당시는 대학교 4학년으로 병역연기원을 낸 상태여서 기피할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1972년 서울대 보건소에서 폐결핵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았고, 검사에 임용될 때는 치료가 끝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해군 군의관으로 근무했다. 1991년 당시 국내에 미켈란젤로 바이러스가 퍼지자 입대 전날까지 밤새워 백신을 만들다가 가족들에게도 입대 사실을 알리지도 않고 허겁지겁 입영열차를 탔다는 에피소드가 유명하다. 훗날 부인이 된 김미경씨만 안 대표를 기차역까지 배웅했다고 한다.
지난 2012년 대선 때는 안 대표가 지난 1995년에 출간한 책 '별난 컴퓨터 의사 안철수'에서 해군기지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주말마다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백신을 만들었다고 기술한 것에 대해 '위수지역 이탈'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육군 위주의 사고에서 비롯된 오해이며 해군은 위수지역 개념이 없어 규정상으로 문제는 없다. 당시 해군 관계자도 해군은 육군과 달리 위수 지역이 없어 진해에서 근무하는 군의관이 서울에 다녀와도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비상근무 요원으로 근무할 때 비상 소집지역 밖으로 나가려면 지휘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1976년 서울대 재학 중 1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사법연수원을 3등으로 수료 했으며, 군복무는 공군 법무관으로 대위로 전역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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