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이 있다. 조금 주고 그 대가로 몇 곱절이나 많이 받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되’와 ‘말’의 차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196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도 도량형이 통일되면서 계량단위로 미터법을 사용하고 있다. 길이는 미터, 무게는 그램, 부피는 리터로 표기한다. 그러나 ‘되’와 ‘말’처럼 중국의 영향으로 옛날부터 일상생활에서 사용되어 온 계량단위들이 여전히 통용된다.
시골 오일장이나 재래시장 등에서는 곡류나 가루 등을 재는 단위로 ‘홉’, ‘되’, ‘말’을 사용하는데 이들은 무게가 아닌 부피로 재는 계량단위이다. 가장 작은 단위인 ‘홉’은 주로 깨나 잣처럼 부피가 작은 것들을 잰다. 한 홉은 대략 180㎖로 1회용 컵과 비슷한 용량이 되니 요리책에 자주 등장하는 서양식 계량컵인 1컵(200㎖)에 조금 못 미치는 단위다. 옛날 아버지들의 심부름으로 ‘두 홉들이 소주’를 사온 적이 있다면 그 소주 1병은 대략 360㎖인 것이다.
‘되’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위로 주로 콩이나 팥, 쌀 등의 곡류를 잰다. 홉의 10배로 1.8ℓ이다. 저울은 정확하게 오차 없이 계량되지만 ‘되’는 부피로 재다보니 곡물을 잴 때 살살 흔들어 재거나 수북하게 재다보면 저울과 달리 후한 인심이 담겨지기도 한다. ‘말’은 다시 되의 10배로 18ℓ이다. 옛날부터 되와 말을 써오던 어르신들은 된장, 고추장, 간장을 만드는 방법도 되와 말로 레시피를 알려주시니 알쏭달쏭할 때가 많지만 알아두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계산할 수 있다.
되와 말이 주로 곡류나 액체의 부피를 재는 단위라면 채소나 고기 등의 무게를 재는 단위는 ‘근’과 ‘관’이다. 진시황이 전국시대를 끝내고 중국을 통일하면서 도량형을 통일할 때 만든 중량 단위이다. 1근은 600g이고 1관은 3.75kg이라고들 알고 있지만 모든 것에 해당되지 않으니 자칫 오해를 하게 될 때가 많다. 고기나 한약재에서는 1근은 600g이고 1관은 3.75kg이 맞지만 채소류와 과일류는 다르다. 채소와 과일의 1근은 정확히는 375g이지만 일반적으로 400g으로 저울을 달아준다. 간혹 재미있는 계량법으로 마른 고추는 1근이 600g이지만 고춧가루는 400g이 1근이 되니 때로는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마른 고추가 고춧가루가 되면서 꼭지나 씨 등이 빠져나가면서 줄어드는 것을 고려해 만든 계량단위이니 합리적이기도 하다.
도량형이 통일되면서 공정한 상거래와 산업의 선진화를 이루어 냈다고들 이야기한다. 재료에 따라 계량 방법이 다를 필요가 없으니 편리해지기도 했으나 되와 말에 인심을 후하게 얹어 주는 시골장이나 재래시장의 풍경도 아직은 보기 좋다. 재래시장에 갈 때 옛날식 계량법을 알고 간다면 더 재미있는 시장 구경이 될 것이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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