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삼성重, 자구안 잠정 확정…대우조선만 남아
대우조선, 채권단과 예상 매출 놓고 이견…자구안 막판 조율 중
밑그림 작업 끝나면 실행 본격화…노사 갈등은 변수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대혼란 속에 있던 조선 '빅3'의 구조조정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자구안을 잠정 확정지었고, 이젠 대우조선해양만 남았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이르면 3일, 늦어도 다음주초에는 최종 자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운명의 일주일'이 지나면 밑그림 작업이 끝나고 실행만 남게 된다.
2일 조선·금융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삼정KPMG로부터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심사) 초안을 받고 현재 세부 내용을 다듬고 있다. 당초 지난달 31일 스트레스 테스트 완료와 함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생각보다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아 최종안을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은 등 채권단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반영한 자구안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자구안 초안을 제출했고 같은 달 29일 보다 강화된 세부안을 제출했다. 여기에는 플로팅도크 2기 매각 등 야드 생산능력 30% 축소, 특수선 사업 물적 분할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총 3조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 담겼다. 지난해 10월 제출한 1차 자구안(1조8500억원 확보)을 포함하면 총 5조2600억원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으로선 낼 수 있는 구조조정 카드를 모두 제시한 셈이지만,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최종 자구안에는 보다 강도높은 내용이 담길 수도 있다. 29일 제출한 자구안은 매출 10조원, 최대 7조원 체제를 염두해두고 마련됐기 때문이다. 반면 채권단은 최악의 경우 연 매출이 5조원까지도 추락할 수 있다고 판단, 이를 고려한 자구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매출 규모는 14~15조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자구 계획 규모를 5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까지 자구안을 확정 받으면 조선 '빅3'의 구조조정은 본격적으로 실행 단계에 접어든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은 군살을 빼고 유동자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이미 울산대학교병원 인근 토지와 현대중공업 기숙사 등 보유자산은 이미 매각했고, 울산 현대백화점 앞 유휴부지도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매각 시기도 당초 2017년에서 연내로 앞당겼다.
자구안을 놓고 산은과 막판 갈등을 빚어온 삼성중공업도 자구안이 잠정 승인되면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자구안은 총 1조5000억원 규모로, 경남 거제시 삼성호텔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연구개발(R&D) 센터 등 비업무용 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노조다. 구조조정 작업은 직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만 노조의 동의를 받지 못한 만큼 실행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 이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투쟁강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인위적인 고용방침은 수용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역시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조선사 노조가 모인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상황에 따라 7월 중순 총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향후 구조조정의 핵심 뇌관이 될 전망이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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