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체 최저가 입찰·2인1조 매뉴얼 무시·5~8호선은 정직원 근무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기하영·문제원 수습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과 열차 사이에 끼여 숨진 직원 김모(20)씨 사망사고 발생 이틀째, 서울메트로의 부실한 안전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서울메트로의 외주업체 책임 떠넘기기와 용역업체의 직무 부담 증가, 안전 불감증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
◆외주에 책임 떠넘기기? 외주사 격무=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서울메트로 용역회사인 은성PSD 직원이었다. 이번 사고는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설치와 정비를 맡을 업체를 선정할 때 최저 입찰가로 진행하는데 이에 따른 부작용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영세한 용역업체들은 경비절감을 위해 인력을 많이 고용하지 못하고 있다. 고작 7개월의 근무 경력을 가진 김모씨가 주말에 급하게 수리 요청을 받아 혼자 수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스크린도어는 하루 평균 30~40건의 고장 신고가 접수되는데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심각하다고 한다. 은성PSD에선 주간A(오전7시30분~오후4시30분) 8명, 주간B(오후1시~오후10시) 6명이 근무한다. 은성PSD에서 맡고 있는 스크린도어는 지하철 98개역으로 주말 당직자의 경우 한 사람이 10개 이상의 역을 담당해야 하는 셈이다. 서울메트로는 사건 발생 당일 오후 9시 기자회견을 통해 용역을 맡기고 있는 스크린도어 유지·보수를 자회사 운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지난 강남역 사고 이후 나왔던 대책과 유사해 외부 용역업체에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살 김씨 왜 혼자 일했나?= 지난해 8월 강남역에서 이번 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서울메트로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특별 안전 대책을 마련했다. 작업시 열차 감시자를 동행해 2인1조로 출동해야 하고 출동 사실을 역무실과 전자운영실로 통보하라고 한 매뉴얼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 역시 이 같은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았다. 김씨는 열차가 승강장 진입 중 승강장 안전문 9-4에서 작업하던 중 열차와 접촉해 9-3 지점에 끼였다. 스크린도어 정비는 승강장 쪽에서 해야 하고 선로 쪽 작업은 전동차 운행을 중지시킨 뒤에야 가능하도록 한 매뉴얼도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서울메트로도 책임을 회피하기는 힘들다. 당시 구의역에 근무하던 역무원은 김씨가 "둘이 왔다"는 말만 듣고 현장에 직접 가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안전관리본부장은 "역무원 1명은 역무실 안에 있었고 2명은 순회 중이었다"며 "전자운영실에 보수 직원이 통보를 해주면 다시 관제소로 통보를 해주고 (필요하면) 열차를 정지시켜 놓고 센서 수리를 직접 했어야 하는데 그러한 보고 체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우리도 몰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직원 채용한 5~8호선 스크린도어 사고 없어= 서울메트로가 관리하는 1~4호선 스크린도어는 지난해 2700여건의 고장이 발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5~8호선 스크린도어의 고장은 지난해 총 272건으로 1~4호선의 10분의 1수준이다. 스크린도어로 인한 사고는 2012년 이후 한 번도 없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스크린도어 관리를 외부 용역 하청업체가 아닌 정직원을 통해 하기 때문"이라며 "매뉴얼대로 2인1조를 철저히 지켜 공사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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