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과기준 배기량에서 가격으로
고가 수입차 vs 중저가 국산차…조세부담 역진성 해소
친환경차 세금 인상·이중부과 논란 해소해야
그동안은 배기량만 같다면 차량가격이 1억원이 넘는 수입차나 5000만원인 국산차나 자동차세금이 동일하게 부과돼 조세부담 역진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30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6000만원이 넘는 수입차를 타는 사람과 2000만원대 국산차를 타는 사람이 배기량이 같다는 이유로 동일한 세금을 내고 있는 상황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보고 있다"며 "자동차도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재산의 가치가 크기 때문에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이달 말 발표할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을 계획이며, 이어 20대 국회 개원에 따라 자동차세를 가격 기준으로 부과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순차적인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세를 둘러싼 논의는 작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는 자동차세를 자동차 가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지방세법에 따른 비영업용 승용차 과세표준은 배기량 1000㏄ 이하는 ㏄당 80원, 1600㏄ 이하는 ㏄당 140원, 1600㏄ 초과는 ㏄당 200원이다.
심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은 자동차 가격이 1500만원 이하면 0.8%의 세율을 부과하고, 3000만원 이하는 1.4%, 3000만원 초과 2.0%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산 중·소형차는 세금이 줄어드는 대신 고가의 수입차는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2498만원짜리 쏘나타(1999㏄) 자동차세가 51만9740원으로, 6330만원짜리 BMW 520d(1995㏄)의 자동차세 51만8700원보다 많다는 것이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동안 행정자치부는 '국내 자동차 업체 봐주기'라는 지적과 함께 "다운사이징 등 친환경적인 자동차 세금이 오히려 올라가게 될 것"이라는 비판 여론에 자동차 세제개편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행정자치부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날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심 의원 개정안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아 통과되지 못했지만 기재부에서 자동차세 개편에 대한 의견이 전달되면 여러 상황을 반영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세금부과 가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세부 방안을 조율하는 작업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난해 자동차세 개편을 두고 한 차례 논란을 거친 만큼 당시에 지적받았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심 의원 개정안보다 가격을 세분화해서 세율을 조정하거나 친환경자동차에 대해는 세금을 경감해 주는 방안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구입단계에서 개별소비세나 취·등록세, 부가가치세 등이 가격 기준으로 부과되고 있는 만큼 자동차세까지 가격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이중부과라는 지적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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