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철 밟으면 중국에 추격 당하는 건 시간 문제
숙련 직원들 대거 이탈하면 조선 발주 살아날 땐 대책 없어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국내 조선업 구조조정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묻지마식' 인력감축·생산설비 축소·조직 통폐합은 앞으로 조선업 경쟁력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숙련된 직원들이 대거 이탈하면 과거처럼 발주가 다시 쏟아질 때는 손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형 조선3사의 사무직 직원들은 지난해 구조조정에서 대규모 해고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구조조정 목표치를 맞추려면 엔지니어들 유출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일부터 생산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규모를 줄이는 내보내는 구조조정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은 일본 사례에서 알 수 있다. 당시 일본은 불황기가 지속 될 것이라 판단해 도크 절반을 폐쇄하고, 핵심 인력을 줄였다. 그런데 일본의 예상과는 달리 조선 호황기는 다시 찾아왔고, 한국 조선업에 추격을 당하기 시작했다.
유가가 오르며 발주가 되살아날 것이란 신호는 감지되고 있다. 서부텍사스유 가격은 지난 2월 배럴당 26달러에서 50달러 가까이 급등했다. 업계에선 60달러가 넘어가면 해양플랜트와 같은 대형 발주 프로젝트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바다에서 원유를 시추ㆍ생산해도 수익이 남게 돼 발주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대형 해양플랜트 건조 능력은 국내 조선사가 유일하게 갖고 있어 국내 수주로 연결될 수 있다. 저가 수주를 피하고, 설계는 뺀 건조만 맡는다면 발주 확대 자체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오일 메이저 기업들이 해양플랜트를 만들면 과거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는 돼야 이익이 나는 구조였는데, 긴축경영에 들어가면서 이젠 50~60달러 정도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발주가 중단됐던 모잠비크 프로젝트와 나이지리아 봉가 FPSO(부유식 원유 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 프로젝트, 태국의 우본 플랫폼 프로젝트 등이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철광석 가격도 선가 발주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올 초 t당 약 48달러에서 4월 60달러까지 올랐다. 발주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선박 가격(선가)인데,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 후판가격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선가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선가가 더 오르기 전에 선주들은 발주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백점기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지금 이 불황을 한국이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고 일본의 전철을 밟는다면 한국은 중국에게 세계 1위의 위상을 넘겨줄 수박에 없고 향후 호황기의 혜택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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