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갈등으로 리더십 타격…좁아진 운신폭에 원구성 협상 난항예고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새누리당이 26일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희옥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내정하면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3주 천하'가 막을 내렸다. 새누리당은 김 내정자의 선임으로 20대 총선 참패 후 격화된 당 내홍을 수습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지난 3주간 큰 타격을 입어, 향후 20대 국회에서 그의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순간 오락가락했던 정 원내대표의 모습은 이전의 비대위원장들과 비교되는 부분이 많다. 새누리당은 위기 때마다 비대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히 2004년과 2011년 '박근혜 비대위'는 천막당사와 새누리당이라는 당명 개정으로 사실상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이뤄냈다. 최근에는 분당으로 20대 총선 참패 위기를 맞은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해 원내 1당으로 탈바꿈시켰다.
당 안팎에서는 지난 3주간 리더십에 타격을 받은 정 원내대표가 아직 문을 열지도 않은 20대 국회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아직 아물지 않은 당내 갈등이 가장 큰 문제다. 정 원내대표가 김 내정자를 임명하면서 사실상 친박(친박근혜)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친박은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과 김 내정자를, 비박(비박근혜)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각각 비대위원장 후보로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원내부대표단도 친박으로 이뤄져 있다. 당의 쇄신파와 비박의 '비토(Veto)'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당장 시급한 20대 원 구성 협상에서도 제대로 힘을 발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계파갈등으로 내분 사태가 지속돼 새로 구성된 원내지도부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에 정국 주도권을 내주는 것은 당연하고 당내 의원들의 상임위 배치 문제부터 벽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가 주장해왔던 '협치'도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27일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20대 국회가 시작도 전에 대야 협상에 큰 장애물을 만났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김 내정자와 원내지도부 상견례에서 "새누리당이 20대 첫날 제출할 1호 법안으로 규제개혁특별법ㆍ규제프리존특별법ㆍ서비스발전기본법ㆍ노동4법ㆍ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을 발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거부권 정국을 논외로 두더라도 19대 국회에서 야당이 줄기차게 반대해온 법안들이라 협상테이블에 올라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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