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원다라 기자] 삼성전자가 퀀텀닷(양자점) 기술을 앞세워 차세대 TV소재 경쟁에 나섰다. 퀀텀닷은 빛을 받으면 각각 다른 색을 내는 퀀텀(양자)를 나노미터 단위로 주입한 반도체 결정을 말한다.
장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사장(삼성 펠로우)은 26일 제주 라마다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6 제9회 국제 퀀텀닷 컨퍼런스'에 참석해 "TV디스플레이 부문에서 퀀텀닷을 적용한 삼성 SUHD TV가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새로운 소재 개발이 TV화질의 혁신을 이끌었다"며 TV 신소재로 확실히 퀀텀닷이 자리잡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장 부사장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산업계에서는 유일하게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학계에서만 논의되던 퀀텀닷을 제품에 채택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퀀텀닷을 활용한 SUHD TV를 출시해오고 있다.
◇삼성전자 "퀀텀닷 소재로 TV의 새로운 역사 쓸 것" = 장 부사장은 퀀텀닷 소재의 장점과 함께 삼성이 TV 신소재로 퀀텀닷을 채택한 이유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학계 관계자들에게도 퀀텀닷의 활용 방안, 삼성전자의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퀀텀닷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퀀텀닷 소재의 가장 좋은 특성 중 하나는 '안정성'이다. 유기물인 OLED와 달리 퀀텀닷은 무기물인 만큼 화학적 안정성이 높다. 수명이 길기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틀어야 하는 TV 제품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퀀텀닷 중에서도 비카드뮴 퀀텀닷 기술에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장 부사장은 "다른 회사에 비해 2년 이상 앞서 있는 수준"이라며 "카드뮴이 없는 소재를 활용해 친환경적이고, 광효율은 더 개선됐다"고 전했다.
3세대 퀀텀닷 TV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장 부사장은 "3세대 퀀텀닷 TV는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방향이 될 것"이라면서 "색 순도와 휘도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TV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퀀텀닷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삼성 종합기술원에서는 5가지 소재 연구센터를 마련하고 소재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퀀텀닷+OLED 합친 QLED도 개발 중"= 퀀텀닷을 활용한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의 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QLED는 발광다이오드(LED)에 퀀텀닷을 결합해 만든 소재로, 불안정한 OLED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선명한 화면을 제공한다. OLED TV의 유기물질 대신 퀀텀닷을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장 부사장은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QLED(quantum dot+OLED) 개발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도 독일에서 시작된 퀀텀닷 컨퍼런스는 유럽, 북미, 아시아 지역에서 격년을 주기로 열린 행사다.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매터리얼스와 네이처 피직스, 나노 레터스 등의 선임 편집자들이 빠짐없이 참석해 다수의 퀀텀닷 학술회 중에서도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컨퍼런스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30여개국, 547명이 참석해 역대 가장 큰 규모로 개최됐다.
삼성이 퀀텀닷 소재에 대해 학계에까지 설명하고 나선 이유는 최근 TV시장에서 차세대 소재를 놓고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퀀텀닷 기술을, LG전자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를 채택하며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소형 디스플레이에서는 OLED를 밀고 있지만 TV디스플레이는 퀀텀닷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소재 기술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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