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연이틀 남북 군사회담을 비롯한 대화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대화를 촉구할때면 어김없이 도발을 강행했던 전례때문이다.
북한은 20일 국방위원회 공개서한을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군사회담 언급에 지체없이 화답하라고 촉구한 데 이어 21일에도 인민무력부 통지문을 통해 5월 말과 6월 초 사이 남북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하자고 제의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6~7일 열린 제7차 당 대회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 보고에서 남북 군사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북한은 일단 군사회담 개최를 최우선시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 2006년 10월 첫 핵실험 후 유엔이 제재를 결의하자 북은 6자회담을 받아들였다. 2007년 초 모든 핵 시설 불능화 및 핵 프로그램 신고에 합의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다. 2009년 5월 2차 핵실험 후에도 현대그룹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합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0년에는 신년사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을 언급하는 등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3월 26일 천안함을 공격했고, 같은 해 11월 초에도 이산가족 상봉 회담 등 평화 공세를 이어가다 보름 후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했다.
2013년도에 마찬가자다.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했지만,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이중전략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어 유엔이 제재를 가하자 6월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당국회담을 제의했고, 7월에는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을 제안했다. 도발로 남북 긴장 국면을 조성하고서는 곧 이은 핵실험, 유엔 대북 제재, 다시 평화공세를 통해 돌파구 찾기의 과정을 되풀이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런 잇단 대화공세를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로 야기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에 균열을 가져오기 위한 속셈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 인민무력부의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 제안 통지문에 대한 입장 자료에서 "우리 정부는 어제 북한의 국방위원회 공개서한에 대해 밝힌 바와 같이 '북한과의 대화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최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북한의 잇단 대화제의를 대북제재 국면에서 탈피하기 위한 평화공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고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연합은 물론, 스위스, 러시아까지도 북한의 목을 조여오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야말로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에 빠진 북한이 대북 공조의 틈새를 노리면서 '남남갈등'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남 대화 공세를 나서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무모한 도발 카드를 접고 대화 국면으로 돌아서기 위해 우선 남한에 대화 제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대화를 제의한 의도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다양한 대북 접근법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도 각종 대남기구와 관련 인물 등을 번갈아 내세워 대화공세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6ㆍ15선언 16주년 기념행사와 8월의 광복 71주년 행사,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실시 등과 맞물려 북한의 대화공세 수위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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