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하 피해자 남성보다 여성 많아…강도, 강간 등 강력사건 피해자 10명 중 8명 여성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묻지마 '여성 혐오' 살인사건이 평범한 여성들의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이 여성 혐오에 따른 살인 대상자가 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포스트잇의 내용 상당수는 "여자이기 때문에 범죄의 대상이 됐다"는 우려였다. 이러한 우려를 논리적인 비약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20일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발생한 살인사건 피해자 913명 중 남성은 511명(56%), 여성은 402명(44%)으로 나타났다. 살인범죄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는 39.5%, 상해 34.1%, 신체피해가 일어나지 않은 경우 26.4%로 조사됐다.
살인범죄는 미수, 예비, 음모, 방조가 포함돼 있다. 살인사건에 연루돼 목숨을 잃지 않더라도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밖에 없다. 주목할 부분은 전체 살인사건 피해자는 남성이 더 많지만, 젊을수록 여성이 더 많다는 점이다.
20세 이하 살인사건 피해자는 여성이 43명으로 남성(36명)보다 더 많았다. 특히 16~20세 살인사건 피해자는 여성 16명, 남성 9명으로 여성이 두 배 가량 많았다.
여성이 강력범죄에 더 위험하게 노출돼 있다는 점은 통계청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전체 강력사건에서 여성의 피해자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강력범죄로 피해를 받은 여성은 2000년 6245명에서 2012년 2만2381명으로 약 3.6배 증가했다. 반면 남성은 2520명에서 3754명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남성보다 여성 증가율이 높은 셈이다. 강력범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0년 71.2%에서 2012년 85.6%로 늘어났다.
범죄에 대한 여성의 공포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사건이 사회적인 파문을 낳는 이유도 누구나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추모의 열기가 사회적인 변화를 이끄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인 오영중 변호사는 "(강남역) 거리에 추모의 공간이 만들어지고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사회적인 변화"라며 "이번 사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