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카드뉴스]도마뱀의 사랑

시계아이콘02분 0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캄캄한 어둠 속 10년, 못에 박힌 그 녀석에겐 무슨 일 일어났나

[카드뉴스]도마뱀의 사랑
AD


[카드뉴스]도마뱀의 사랑

[카드뉴스]도마뱀의 사랑


[카드뉴스]도마뱀의 사랑

[카드뉴스]도마뱀의 사랑


[카드뉴스]도마뱀의 사랑


[카드뉴스]도마뱀의 사랑


[카드뉴스]도마뱀의 사랑


[카드뉴스]도마뱀의 사랑


[카드뉴스]도마뱀의 사랑



소설가 이범선씨의 도마뱀 이야기는
마음을 곱게 붙든다.


일본에서 어떤 사람이 집의 벽을 수리하기 위해
뜯었는데 벽과 벽 사이의 공간에 도마뱀 한 마리가
갇혀있더란다. 죽은 놈이 아니고 살아서 발을 꿈틀거리는
통통한 놈이었단다. 유심히 보니 그놈의 꼬리 부근에
못이 박혀있었다. 도마뱀이라면 이럴 경우 꼬리를 자르고
갈 수가 있을텐데, 못이 박힌 부분이
그렇게 자르고 도망갈 위치가 아니었나 보다.
가엾게도 녀석은 그 벽틈의 공간 속에 갇혀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도마뱀의 몸에 박힌
못은 최근의 것이 아니라, 10년 전 이 집을 지을 때
박았던 못이었다. 집의 기둥에 못을 박을 때
재수없게도 녀석이 그 안에 있다가 꼬리까지
못에 박힌 것이다. 그렇다면?
놈은 10년 동안 캄캄한 벽 속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얘기가 된다.
어떻게 살았을까? 지난 10년간 한 목숨에게
닥쳤을 절망과 시련의 크기를 짐작해보는 건
어렵지 않다. 한걸음도 움직이지 못하는 그가
자기의 처지를 달래며 참아왔을 인내 또한
훤히 짚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가
스스로 살 수 있을 리는 없다. 그것도 10년간!


벽을 손질하던 주인이 그런 의아심으로
잠깐 동안 이 작은 동물을 살피고 있었을 때
저쪽에서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고
살금살금 이쪽으로 기어오다가
인기척에 놀란 듯 두리번거린다.
아!


저놈이었구나. 옴짝달싹 못하는 십년 세월을
견디게 해준 사랑.
애인일까. 어버이일까. 자식일까.
혹은 친구일까.
캄캄한 폐소 속에 갇힌 그를 위하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저놈은 먹이를 찾아 물고는 저렇듯 달려왔으리라.
스스로의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한 깊고 끈질긴 배려의 마음이
저 하찮아 보이는 목숨에게도 있었다니...


10년이란 세월이 암시하는 건,
헌신적인 결의를 무디게 하고 지치게 하는
순간순간의 유혹과 장애들이 첩첩이 쌓인 시간이리라.
먹이를 물고온 저놈인들 그런 회의의 순간이
없었으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다.
한 존재의 불운을 외면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지 않았을 리도 없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털고, 오히려 더욱 지극정성으로,
하루하루 제 먹이조차도 꿀꺽 침 삼켜 참고는
캄캄한 어둠 속으로 물고 달려왔을 지도 모른다.


이범선씨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있지만
우린, 그 다음 이야기인 우리 스스로의
사랑에 대한 얘기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십년 병치레에 효자없고 열녀없다는 말은,
그 십년 동안 참아온 인내의 한계를 말하기에
측은한 마음과 함께 인간적인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래. 10년이면 많이 잘 했지뭐. 더 이상 어떻게...
병자 치닥거리만 하다가 살 수 있나, 자기 삶도 있는데...
우린 이렇게 되기 쉽다. 이런 마음에 더 공감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저 도마뱀의 사랑은 무엇인가.
동물이기 때문에 세월을 재는 계산법을 몰라서
그런 것일까. 사랑이란 시한이 없음을, 어쩌면 저
무모한 삶의 낭비같아 보이는 배려와 열정.
조물주는 저 작은 동물들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한 것일까.


물론 부질없는 의심들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
도마뱀은 십년전의 못에 박힌 게 아니라,
최근에 거기를 지나다 실수로 못에 꼬리가
접혀들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가 살아있었던 건
누군가의 봉양 때문이 아니라, 단지 아직 죽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십년 세월은
단지 허구일 뿐이다.


혹시 먹이를 물고온 도마뱀은 그저 그곳에서
잠깐 쉬어가려고 했던 다른 도마뱀이 아닐까?
그저 주위에 다른 놈이 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자기의 감정을 실어 섣불리 해석한 것은 아니었을까.
도마뱀이 설사 갇힌 도마뱀을 봉양했다 하더라도
두 존재간의 열렬한 감정을 바탕으로 한 행위가 아니라,
군생하는 도마뱀들이 공조본능에 의해
먹이를 나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때 곁에서 발견된 도마뱀은 여러 마리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


모르겠다. 도마뱀이 다른 도마뱀을 위하여
십년 동안 먹이를 날랐다는 사실을
자연과학적인 측면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그저 인간이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자기 본위로 해석하여
스스로 믿고자 하는 바대로 연출하고 각색하여
이렇게 얘기로 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나
저 캄캄한 공간 속에서 서로 오갔을
두 동물의 따뜻한 응시는, 숨을 멎게 하는 저릿한 감동으로
여전히 남는다. 저걸 달리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면.
인간이 문학노트에 기입했던 수많은 사랑,
고귀한 칭송에 얹어 자랑삼던 그 역사적 사랑.
그 어느 것이 저 담백하고 말없는 사랑 하나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성한 하나가
성하지 못한 하나를 위해 쏟아온 끝없는
희생과 배려.


벽과 벽 사이,
그 캄캄한 틈새는
우리가 닳도록 말해온 사랑이란 원어(原語)가
더도덜도 아닌 의미값으로
활활 타오르는
성전이 아니었던가.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