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장 등 핵심장소는 취재 제한
-비단공장·관광명소 엉뚱한 견학만
-BBC 취재진 3명은 아예 추방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북한은 36년만에 치러진 당대회에서 국제적 망신을 샀다. 이번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취재하러 온 BBC 취재진 3명을 추방한 것이다. 첫 날부터 시작된 취재 제한에 따른 예고된 결과라는 평가다.
북한의 당 대회 취재를 위해 평양을 찾은 윌 리플리 CNN 기자는 9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관련한 불경스러운(disrespectful)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BBC) 윙필드-헤이스 기자를 구금하고 추방했다"고 전했다.
당초 북한은 130명에 이르는 외신 기자들을 평양에 불러모았다. 세계 유수의 언론을 초청해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당 대회 소식은 관영 매체를 통해서만 접하도록 제한하고 수많은 취재진에게 평양 명소를 공개하는 등 엉뚱한 행동이 이어졌다. 취재진들의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당 대회 나흘째인 9일에도 기자들에게 대회장 취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외신들은 이날에도 당 대회가 열리는 4ㆍ25 문화회관 출입과 대회 참가자 취재가 막혀 미디어룸에서 TV 4대를 보며 당 대회를 취재하고 있다고 봉황위성TV가 보도했다. 이후 일부 언론에 취재를 허용했지만 북한 당국에 반하는 보도를 한 언론사는 철저히 통제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신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 당국의 허를 찌르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보도했다. 트위터로 북한 소식을 전하고 있는 줄리 매키넌 미국 LA타임스 기자는 7일 "외국 언론이 북한에 공짜 여행을 갔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들은 한 발짝마다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현장의 체험을 소개했다. 또 매키넌 기자는 9일 "오늘의 북한 긴급 뉴스 : 실크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비단공장 견학 영상을 올려 북한의 통제를 비판했다.
앞서 트위터 생중계 플랫폼인 '페리스코프'를 이용해 6일 당 대회장인 평양 4ㆍ25 문화회관 주변에서 27분 넘는 생방송을 했던 워싱턴포스트의 파이필드 기자도 불발된 일정을 '서커스'라고 표현하는 등 제한된 상황에서 트위터 중계를 이어갔다.
북한에서는 트위터 등 주요 SNS 접속이 차단돼 있다. 하지만 현지 기자들은 가상사설망(VPN)으로 차단을 우회해 접속했다. 자국 내 주민처럼 해외 언론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김정은 정권의 '불통'을 또 한번 보여줬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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