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 서초사옥 26층. 이 곳을 방문하면 마치 해외 기업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외국인 직원들만 상당수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사무실 분위기와는 달리 소파에 앉아 일하기도 하고, 큰 책상에 노트북을 두고 여러 명이 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바로 삼성이 해외 인재를 모집하기 위해 만든 '글로벌전략그룹(GSG)'이다. 삼성그룹은 GSG를 통해 글로벌 해외 MBA 과정을 마친 인력을 중심으로 수퍼(S)급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GSG는 '외국인 특수부대'로 불리는 내부 컨설팅 조직이다. 삼성의 신사업, 미래먹거리를 발굴하고 기존 사업이 정체될 때 새로운 시각으로 해결책을 찾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1997년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그룹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의지로 만들어졌다.
이 회장을 대신해 실질적인 삼성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 역시 GSG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GSG 출신 직원들이 좀 더 삼성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최근에는 채용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삼성그룹은 수십년간 해외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뛰어난 인재,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해외 인재들을 비용과 시간을 들여 영입해와도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문화적 차이가 가장 큰 이유였고, 삼성그룹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도 이직을 부추겼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삼성은 삼성의 각 계열사들이 필요한 MBA 인재를 해외에서 발굴하고, 채용 절차를 거쳐 GSG 소속으로 입사할 수 있도록 방식을 바꿨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서 '의료기기 전략'과 관련된 인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직접 인재를 수소문해 채용하고, 채용 절차를 밟은 직원은 GSG 소속으로 2~3년간 서초사옥에서 근무한다.
2~3년 동안은 삼성그룹 전반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을 갖고, 비슷한 상황의 해외 직원들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한다. 한 마디로 '삼성화'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후 GSG 기간이 끝나면 기존에 채용했던 계열사로 다시 파견돼 역할을 수행한다. 전략기획 역할을 맡거나 해외 지ㆍ법인으로 파견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삼성 관계자는 "10여명으로 시작한 GSG는 어느덧 120명을 넘어설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며 "해외 인재들의 신선한 시각에 삼성만의 DNA를 합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삼성만의 독특한 컨설팅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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