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재정보강 한다지만 실효성 논란도 반복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 조기집행 총력 체제를 가동해온 정부가 올해 2분기(4~6월)에도 돈을 일찍 풀어 경기를 떠받치기로 했다. 이로 인한 하반기 재정절벽 가능성에는 공기업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대비할 계획이다. 13년째 이어지면서 '연례행사'로 굳어진 재정 조기집행에 대해 일각에선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28일 발표한 '경제여건 평가 및 정책대응방향'에서 상반기 중앙정부의 재정집행률 목표치를 58.0%에서 59.5%로 올렸다고 밝혔다. 올 한 해 동안 쓰기로 한 재정의 60%가량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상반기에 6조5000억원(중앙재정 4조원·지방재정 2조5000억원)이 더 풀릴 예정이다.
이미 정부는 올 1분기에 재정 31%를 집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2%포인트 늘린 33%를 썼다. 각종 정책 효과 종료로 인한 소비절벽(정부 경기 부양 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가 급감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4% 성장했는데, 이 중 0.2%포인트가 정부 지출 기여분이다. 재정 조기집행의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재정 조기집행이 소비절벽을 해결하는 동시에 재정절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하반기에 공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독려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재정을 6조5000억원 이상 더 푸는 재정보강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정부는 2003년 재정 조기집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2008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예외 없이 상반기에 재정 지출을 더 많이 했다.
재정 조기집행은 기본적으로 '상저하고' 경기 전망을 토대로 한다.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면 상저하고의 경기 변동이 완화하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맞은 2009년에는 재정의 64.8%를 상반기에 썼고, 2010년에도 61.0%를 조기 집행했다. 이후 2011년 56.8%, 2012년 60.9%, 2013년 60.3%, 2014년 58.1%, 지난해 60.0%, 올해 59.5% 등 비슷한 기조를 이어왔다.
재정 조기집행은 경기 진작에 일정 부문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재정 조기집행의 비용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재정 조기집행에 따른 순편익 최소 추정치는 연평균 5840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불용액 증가가 재정 조기집행과 무관하고 여유자금을 100% 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온 수치다. 동일한 가정에서 미래 파급효과를 반영해 분석한 총효과는 320억원으로 더 낮았다.
박명호 조세재정연구원 장기재정전망센터장은 "재정 조기집행으로 경제에 눈에 띌 정도의 큰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반기 재정집행률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는 정부 기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평균 5480억원의 효과 유발은 미래파급효과(2~3년)를 고려하지 않은 당해연도 효과만 고려한 것"이라며 "당해연도 효과는 여러 가정에 따라 최소 5480억원, 최대 2조372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조세재정연구원 분석에선) 최솟값만을 부각시켰다"고 해명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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