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3000권 '청년독서가'서 도산학교장 변신 이상민씨
5월부터 경제ㆍ심리ㆍ철학 등 강의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무작정 뛰어든 전업작가의 길이 마냥 평탄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독서에 깊이 빠져들수록 생각하는 힘이 길러졌고, 이 힘으로 우리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스스로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년독서가'라고 소개하는 이상민 작가(33)가 내달 학교 밖 학교를 콘셉트로 한 '도산학교'를 개설해 독자들과 직접 만난다.
2008년 첫 책 '창피함을 무릅쓰고 쓴 나의 실패기(타임비즈)'를 시작으로 '나이 서른에 책 3,000권을 읽어봤더니(대림북스)' '유대인의 생각하는 힘(라의눈)' 등 20여권의 저서를 집필한 그는 삶의 변화를 희망하는 모든 세대와 함께 진짜 인생 공부를 할 수 있는 대안공간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이 작가는 2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사회가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교육에 대한 요구를 대학이 제대로 못 따라가고 있다"면서 "수요는 있지만 대학에서 하지 못하는 실용교육을 가르치는 독특한 수업이 될 것"이라고 도산학교를 설명했다. 명칭은 조선시대 유학자 퇴계 이황 선생(1501~1570)이 건립한 도산서당(도산서원)에서 따온 것으로, 소박한 서가를 두고 제자를 가르쳤던 퇴계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수업은 독서와 토론, 다큐멘터리 감상, 글쓰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생각하는 사람' '자기 인생을 주도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제경영 심리, 종교, 철학 등 인문학 전반을 아우르며 주 1~2회, 2~3시간가량 진행된다. 장소와 시간은 주제에 따라 유동적으로 정해진다. 주 대상층인 20~50대를 비롯해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가 블로그(http://blog.naver.com/sangmin4892) 등을 통해 수강신청할 수 있다.
이 작가는 "특정 분야라는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고 싶다"며 "독서습관과 사색하는 힘을 가르치는 만큼 고정적으로 정해진 교재는 따로 없다"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독서를 중시한 데는 대학입시가 끝난 후 '세상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자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대학 입학 후 인생을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고 털어놨다. 구체적으로는 서른 살 전에 국내외 도서 3000권과 수준 높게 제작된 과학ㆍ역사ㆍ경제 분야 다큐멘터리 3000편을 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의 독서체험을 한편의 에세이로 남겼다.
저서 중 자기계발서가 특히 많은 이유에 대해선 "스펙 없이 실력으로 승부하다 보니 대중이 원하는 책, 즉 실전 인문학 등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 담긴 책을 많이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아대 법학과 출신인 그는 한국 사회가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스펙 없이도 충분히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주변의 청춘들에게 조언한다.
"스펙 없이도 노벨상 받는 인재가 한국에서 나오지 말라는 법 있나요? 앞으론 기업이나 국가 등 조직에 의존하기보다 개개인의 콘텐츠로 승부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이 때문에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꾸준히 하면서 자기만의 도전을 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취미든 특기든, 각자 잘하는 것을 살려 업(業)을 구축하는 게 스펙보다 더 인정받게 될 거에요."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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