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원 인턴기자]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에서 탈북민들에게 돈을 주고 각종 집회에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탈북민) 10명 중 6명이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하층’으로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이 지난해 만15세 이상 탈북민 2444명(남성 878명, 여성 1566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계층의식’ 문항에서 ‘하층’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61.4%로, 중간층(35.8%)과 상층(1%)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높게 나타났다. 통계청이 같은 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일반 국민의 44.6%가 자신을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 머무는 탈북민은 3만명 정도로, 여성이 2만여명, 남성이 1만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탈북민들은 한편 북한에 있을 때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해서는 43.1%가 하층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나타나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봤을 때 북한보다 남한에서의 생활을 더 어려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에 있을 때 51%가 중간층, 4.4%가 하층으로 여겼다고 탈북민들은 응답했다.
2014년 12월 이전 입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탈북민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2013년(147만1000원)보다 7만5000원 증가(154만6000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에서 나타난 일반 국민의 229만7000원보다 75만1000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과 관계자들은 종사할 수 있는 직업 영역에 있어서의 차이가 이러한 임금격차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익명의 한 탈북여성은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직장이나 마트나 아니면 또 나이 드신 분들 같은 경우에 요양보호사 이런 걸 한다”며 급여가 낮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여성은 또 남성의 경우에도 일용직에 종사하는 수가 많아 급여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자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이날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를 통해 탈북민들 중에 북한에서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업에 종사하는 탈북민이 많다며, 이런 배경으로 탈북민들의 대다수가 일용직 근로자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어버이연합 집회 탈북민 동원 논란과 관련해서 이 탈북여성은 “일을 할 수가 없는 사람이라든가 나이드신 분들을 위주로 그랬을 것” 같다며 “어려운 분들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라도 돈을 벌 수 있는 게 있다고 하면 그게 어떤 일인지 굳이 따져보지 않고 그냥 가지 않았을까”라고 대답해 탈북민들의 경제적 상황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재원 인턴기자 iamjaewon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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