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기본급 6% 인상과 조합원 해외연수 기회 확대 등을 사측에 요구해 비난 여론이 거세다. 2년 연속 조(兆)단위 적자를 내는 등 실적 악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안이 너무나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7일 울산 본사에서 기본급 6.3% 인상(호봉승급분 감안)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사측에 제출했다. 노조는 회사가 1년에 1회 이상 노동조합에서 요청한 우수 조합원 100여명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준다는 문구를 단체협약 개정안에 포함시킬 것도 요구했다. 현재 이 회사 단체협약에는 매년 30명 이상 해외연수를 보내주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노조가 제출한 임단협 요구안에는 성과급 250% 고정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유급휴일 토요일 중복 시 다음 근무일 휴일 지정, 하계휴가 기간 2일 추가, 개인노후연금(기본급 3%) 퇴직 시까지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인사권 등 회사 고유 권한도 일부 요구했다. 노조는 징계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해 징계 해고의 경우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능하도록 단체협약을 개정해줄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또 노조의 사외의사 추천권을 보장해줄 것과 전환배치 시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다는 개정안도 포함됐다. 전년도 퇴직자 규모만큼 신규 사원을 뽑아달라는 조항도 담겼다. 정규직 직원 규모를 매년 비슷하게 유지해달라는 것이다. 회사 측은 노조 요구안을 모두 받아들일 경우 연간 4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생존을 위해 뭐든지 줄여가도 부족할 상황에서 노조가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생기는 협상안을 내놓으니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9분기(27개월)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총 4조9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 2014년 3조2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작년에도 1조5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일감도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아 당장 내년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경기 불황과 해양플랜트 사업 손실로 작년 초에는 사무직만 1300여명 감원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그러나 불황이 계속되면서 올 들어 1분기에 단 3척의 배만 수주하는 등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이 지난달 23일 창사 44주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도크(선박 건조시설)가 빈다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며 "노조도 오로지 회사 생존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을 정도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절박함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본인들 잇속만 챙기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노조 측 요구에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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