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KB금융지주 선정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한국금융지주가 증권업계 마지막 대형 매물인 현대증권을 KB금융지주에 빼앗기면서 '메가 증권사' 도약의 꿈도 끝내 무산됐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25일 마감된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인수가로 1조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금융지주도 약 1조원 수준의 가격을 제안했지만 끝내 KB금융지주에 현대증권을 내주고 말았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품에 안으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6조원대로 국내 1위 증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3000억원,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2000억원으로 만약 한국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통합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6조5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는 미래에셋대우증권 합병법인의 자기자본 5조8000억원보다 많은 수준으로 국내 증권사 중 최대 규모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IB)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로 KDB대우증권, 현대증권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움직임에 나서 왔다. 이번에 현대증권 인수에 뛰어든 것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미래에셋대우증권을 견제한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의 국내 1위 증권사 도약은 물론 국내 증권업계에서도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메가 증권사가 탄생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현대증권 인수 실패로 끝내 무산됐다.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를 시작으로 증권업계에서 자기자본 확충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증자 또는 추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야 할 전망이다.
한편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향후 자회사인 KB투자증권과 합병하면 이 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미래에셋대우증권, NH투자증권에 이어 국내 3위로 올라서게 된다. 다만 KB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9400억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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