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중국 은행들의 호시절이 끝났다는 분석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은행들의 순이익이 거의 늘지 않았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상업은행들의 순이익 증가율은 2.4%에 그쳤다. 2011년 35.8%에 달했던 순이익 증가율은 갈수록 떨어져 2014년 7.3%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특히 대형 국유은행의 순이익이 거의 늘지 않았다.
이날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과 중국은행이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는데 순이익 증가율이 각각 0.5%, 1.3%에 그쳤다. 공상은행의 순이익 증가율은 상장 후 최악이었다. 하루 전날 실적을 발표한 교통은행의 순이익 증가율은 1%였다. 31일에는 농업은행이 지난해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중국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이유는 당국의 정책 변화와 부실대출 증가 때문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 탓에 시중 은행들의 예대마진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또 중국 은행들은 본격적인 경쟁 시대에 직면해 있다. 인민은행은 2013년 7월 상업 은행의 대출금리를 자유화한데 이어 지난해 10월 예금금리 규제도 풀어줬다. 금리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에 따라 일정 부분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시장점유율을 차지해야 하는 경쟁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은행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2.54%까지 떨어졌다. 전년대비 0.46%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정책적 이유 외에 중국 은행의 순이익 증가율이 둔화된 직접적인 이유는 부실대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대출이 늘면서 증가한 대손충당금이 은행 순이익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현재 1.25%인 중국 은행들의 부실대출 비율은 올해 말 1.67%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대출 시장의 부실 정도는 수치로 드러난 부실대출 비율보다 훨씬 나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요주의 대출(special-mention loans)'을 포함할 경우 부실대출 비율은 5.46%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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