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28일 그룹 회장직에 오르며 4세 경영시대를 열었지만 발길이 무겁다. 중공업 계열을 중심으로 실적 부진에 이어지면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어서다. 실적 개선과 신성장동력 확보, 구조조정 마무리 등 박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박 회장이 이날 취임 일성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내 그룹을 정상화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 중공업 부문 구조조정 마무리 관건 =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년 새 73% 줄어든 2646억원에 그쳤고, 당기순손실만 1조7000억원에 달했다. 두산그룹은 맥주, 음료 등 소비재 중심 그룹으로 성장해오다 1990년대부턴 소비재 부문을 정리하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며 중공업 중심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바꿨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에 건설 경기 악화로 두산인프라코어, 건설, 중공업 등 핵심 계열사들 대부분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중국 건설 시장 침체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1년 새 90% 넘게 감소한 274억원에 불과했고 당기순손실이 8000억원을 넘었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문이 1조1300억원에 MBK파트너스로 매각되면서 한 시름을 덜었다. 2015년말 267%에 달했던 부채비율도 203%로 64%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가장 큰 시장인 중국 건설 시장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회사채 8000억원을 포함해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도 2조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의 미국 소형 건설장비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국내 증시에 상장하고 방산업체 두산DST 매각을 마무리하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두산밥캣 상장과 두산DST의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3조원 가까운 자금을 수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두산DST 매각가격을 두고 인수 후보들과의 간극이 커서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산 측은 매각가로 7000억원 이상을 원하지만 인수 후보들은 6000억원 이하를 고집하는 분위기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 상장을 통해 8000억원 넘는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이 목표다.
박 회장이 이끌고 있는 두산건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1697억원 영업손실, 5207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에 두산건설은 지난 2일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결정하는 등 재무구조에 돌입했다. 이들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게 박정원 회장의 대표 과제로 꼽힌다.
◆ 상반기 구조조정 완성..하반기 성장동력 확보 = 오는 6월 오픈 예정인 시내면세점의 조기 안착도 박 회장의 경영능력을 평가받을 시험대 중 하나다. 유통업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면세점을 그룹의 '캐시카우'로 키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미래 성장동력인 연료전지 사업도 성장시켜야 한다. 박 회장은 연료전지 사업을 키우기 위해 국내 업체 퓨얼셀파워와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업체인 미국 클리어에지파워 인수를 주도했다. 두산그룹이 연료전지 사업을 시작한지 2년 만인 지난해 5870억원 가량의 수주를 올리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첫 흑자를 기록했으니 양산 체계 구축을 통해 이익을 확대하는 것은 박 회장의 몫이다.
박 회장이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올해 두산그룹은 매출 19조5871억원, 영업이익 1조4663억원이라는 목표를 내놨다. 1년 만에 영업이익을 454%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두산 관계자는 "박정원 회장이 그룹의 상황이 악화된 시점에 회장직을 맡게 됐다"며 "구조조정 작업은 올 상반기에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작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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