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친유(친유승민)계 의원들을 대거 컷오프(공천 배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유 의원이 그동안 정부의 국정 기조에 계속 반기를 들면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유 의원의 이같은 행보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공천 심사 기준으로 밝힌 '당 정체성 위배' 등에 따른 해당행위 사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지난해 국회법 개정 논란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기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말하며 유 의원에 대한 '심판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전부터 유 의원과 박 대통령의 '악연'은 계속됐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로 정부의 복지 정책 기조를 정면 비판했고, 2014년에는 박 대통령의 방미 과정에서 혼선이 일어나자 청와대 참모진의 과실을 지적하며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유 의원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 지역의 3선 의원으로서 국정운영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공관위원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구 같은 편한 지역에서 3선 의원을 하면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고, 당 정체성과 맞는 행동을 했느냐에 대해 토론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18대, 19대 국회 당시 상대 계파를 겨냥한 공천 학살이 또다시 되풀이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15일 발표된 7차 공천 결과에는 유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종훈·김희국·류성걸·조해진 의원이 모두 낙천됐다. 친유계 현역 의원들을 대폭 물갈이 한 '표적 공천'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공천 학살은 4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18대 국회에서 친이계가 칼자루를 쥐고 친박계를 대거 공천 학살하고, 19대 국회에서는 반대로 친이계가 공천 학살의 대상이 됐던 상황과 다르지 않다. 특히 19대 때 거물급 비박 인사인 이재오·정몽준 의원 등만 남겨놓고 그들의 '수족'만 잘랐던 것은 유승민 의원의 측근들을 찍어낸 지금과 비슷하다.
공천 탈락자들이 이번 공천을 하나같이 '정치 보복'으로 규정한 만큼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공천 학살을 당한 유승민계와 친이계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로 가닥을 잡았으며, 수도권 공천 탈락자인 이재오·진영 의원 등은 무소속 연대 구축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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