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13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카드를 내놓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에 대응한 경기부양 카드를 내야 하는 유 부총리로서는 재정정책의 효과와 재정건전성 악화 등을 고려하면 그동안 사용했던 재정정책을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유 부총리는 14일 오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4주년 관련 기업간담회에서 현 경제상황에 대해 "누가 (경제상황을) 낙관하겠느냐"면서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또 "우리 경제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도 경계해야 하지만 과도한 비관론 역시 경계해야 한다"며 정책설정의 난도가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추세로 접어들지 않을 경우, '유일호 경제팀'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유 부총리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리하게 빚을 내서 재정을 투입하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재정지출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좀 복잡해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지출을 하게 되더라도 최경환 전 부총리와 같은 방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경기부양책 가운데 어떤 것이 향후 경제상황에 가장 적합할 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 부총리는 일단 총선전까지는 경제심리를 호전시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최근 재계, 언론과의 간담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금 상황에서 낙관론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지만 그렇다고 국민들이 비관론에 빠지면 경제는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출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든 만큼 국민들의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이로인해 소비증대와 생산증대의 선순환구조를 이루자는 것이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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