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민의당 일각에서 '야권연대'의 전제로 친노(親盧)·운동권 청산을 요구하면서 2012년 대통령 선거의 데자뷰(Dejavu)같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지난 연말 탈당사태로 촉발된 야권의 분열이 2012년 대선에서 나타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간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한 안 대표는 탈당의 이유 중 하나로 친노와 운동권 세력에 의한 '당내 패권주의'를 여러차례 언급해 온 바 있다. 야권연대론을 펴고 있는 김한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역시 연대의 전제조건으로 친노·운동권 청산을 요구했다.
이처럼 친노·운동권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의당의 모습은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안철수 대표(당시 후보) 측이 보여줬던 인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당시 안 대표 측은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논의가 난항을 겪자 야당 내 친노세력 등을 청산대상으로 지목하며 정치관행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사실상 이해찬 의원(당시 민주통합당 대표) 등 당시 친노 중심으로 재편된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이에 이 의원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대선을 고작 30일 앞두고 총사퇴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일괄 사퇴는 당시 꺼져가던 단일화의 물꼬를 살렸지만, 선거일을 얼마 앞두지 않고 선거사령탑의 부재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4년이 지난 2016년에도 이같은 대립구도는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일 5명의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을 친노·무능86(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으로 지목하고 이들의 낙선을 위한 '특별공천'을 요구했다. 이 친노·무능86 명단에는 지난 2012년에도 사퇴를 요구받았던 이해찬 의원을 비롯, 정청래·이목희·전해철·김경협 의원이 포함 돼 있다. 실제 이 중 지역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정 의원은 10일 공천에서 배제됐다.
다른 부분이 있다면 당시 사퇴론이 제기됐던 박지원 의원(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이 지금은 국민의당에 몸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 호남주자인 박 의원은 당시 당 안팎으로부터 2선후퇴를 요구받았던 바 있다. 그러나 이-박(이해찬·박지원) 체제가 무너 진 후 박 의원은 이른바 친노세력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어왔고, 안 대표와 한 배를 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