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과 별개로 우리 정부가 독자 대북제재에 나선다. 일각에서는 잇따른 대북 압박에 따른 외교적 실익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8일 오후 정부는 해운제재와 북한의 단체 및 개인에 대한 금융제재 등을 중심으로 독자 대북제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3일(한국시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가장 꺼려할만한 제재는 해운제재가 꼽힌다.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이 금지되는 게 핵심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정부는 5·24 조치를 통해 북한 선박의 국내 입항 및 영해 통과를 불허한 상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10일 인도적 목적을 포함한 모든 북한 국적 선박과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의 일본 입항을 금지했다. 일본에 이어 우리 정부까지 해운제재에 동참할 경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세부사항에 따라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북한 내 개인 및 단체의 추가 금융제재 대상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물 및 기관이다. 실무 차원에서 핵실험을 주도한 홍승무 군수공업부 부부장을 등 군수공업부 핵심 인물이 대거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정부가 북한 단체와 개인을 독자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리 정부의 독자제재에 따른 외교적 실익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정부의 주장처럼 이번 기회에 북한의 핵보유 의지를 강하게 꺾어놓을 기회라는 의견도 있지만 생각만큼 외교적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독자제재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오히려 해운제재 같은 경우 이들 국가와 외교적 갈등 또는 마찰이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해운제재 대상이 될 선박은 중국 국적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는 결국 제재 대상 선정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중국과 외교적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러시아와의 갈등도 전망된다. 이번 해운제재가 구체화될 경우 남·북·러 3국 물류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사실상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프로젝트는 유연탄 등 러시아 제품을 열차를 이용해 러시아 극동 하산에서 북한 나진항으로 옮긴 뒤 선적해 한국과 중국, 일본 등으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앞서 나진항을 통한 러시아산 유연탄 수출은 러시아의 요청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예외로 규정됐다. 하지만 이번 우리의 독자제재안이 실현될 경우 관련 사업성이 낮아지는만큼 사업동력을 잃을 전망이다.
북한 개인 및 단체의 금융제재의 경우도 실효성이 적어 보인다. 한 대북전문가는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이들을 제재대상에 포함시킨다고 해도 별 영향은 없어 보인다”며 “이들의 경우 본인 명의로 금융거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국에서 금융거래를 할 가능성도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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