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제정책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아직 그럴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2분기 들어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추경 편성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4·13 총선이 끝나고 나면 정치권에서도 추경 논의를 본격화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1분기에 투입되는 재정은 144조원이다. 당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원이 많은 138조원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최근 부진한 경제상황을 감안해 추가로 6조원을 앞당겨 투입하기로 했다. 조기집행하는 재정이 14조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결국 하반기에 쓸 돈을 끌어다 쓰는 것이어서 하반기 재정절벽이 발생할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2014년 4분기 재정절벽 때문에 당시와 이듬해 1분기까지 내수경기가 곤두박질쳤고, 경기회복세가 꺾였다. 재정당국으로서는 재정절벽에 따른 악영향에 제대로 대처를 못한 결과를 낳았다. 뼈아픈 실책을 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조기집행 비중은 전체 예산의 58% 수준이다. 이는 2014년 58.1%와 비슷한 것으로 올해도 별다른 대책이 없으면 당시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13년과 지난해 조기집행 비중이 각각 60.3%, 지난해 60.0%에 달했지만, 이 시기에는 추경을 편성해 하반기 재정공백을 메웠다.
때문에 추경 편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연초부터 광범위하게 번졌다. 특히 세계 각국이 통화를 늘리고 정부예산을 투입해 경기 살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만 느긋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기재부가 1분기 경기보완 방안을 통해 재정·정책금융 집행규모를 21조원 늘리고, 승용차 개별소비세 재인하 등의 대책을 내놓았고 스포츠·바이오·공유경제 등 규제완화 등을 담은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19대 국회가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마무리하지 않아 개혁 추진을 통한 중장기 경쟁력 확보하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이 끝나고 나면 박근혜정부의 정책 추진동력도 급격히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선이 1년 반 남짓 남게 된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의 목소리가 작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여당이 승리해도, 그렇지 못해도 현재권력보다는 미래권력으로 힘의 중심이 이동하게 된다. 당장 유권자들의 아우성을 모른 척 하기 어렵다.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정치권 입장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추경 편성이다.
문제는 명분과 내용이다. 추경에 필요한 자금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해야 한다. 국가재정법은 당초 추경 편성 조건으로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이유로 추경을 추진하면서 감염병과 같은 '사회적 재해'를 추경 편성 조건에 추가했다.
현재 상황이라면 추경 편성을 추진하기에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경기침체라고 할 만큼 경제가 나빠졌느냐를 두고 견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이 역대 최장인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는 등 경제상황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각종 경제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경기침체라고 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추경을 추진하더라도 편성된 예산을 어디에 투입하느냐도 관건이다. 내년 대선을 감안해 서민 지원 등 퍼주기식 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추경효과는 크지 않게 된다.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곳에 예산을 투입해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정부의 소비지출이나 이전지출은 재정승수가 낮아 추경을 하더라도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다"면서 "중장기 성장동력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려면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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