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잊은 한국-1]제조업·대기업 과거의 성공에 안주한 韓…미래방정식은 새로 풀어야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대규모 인수합병(M&A)은 글로벌 기업일수록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전력 투구해야 미래에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의 국유기업 켐차이나의 스위스 종자 기업 신젠타 인수가 대표적이다. 인수금액은 463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다. 칭다오 하이얼그룹은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을 54억달러에 사들였고 홍콩기업 허치슨왐포아는 영국의 이동통신사 텔레포니카를 인수했다. 애플과 구글이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유망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들을 인수하는 일은 지난 수년간 일상이 됐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산업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부족하다. 패스트팔로우의 자리에 오른 업종은 이미 후발주자인 중국으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을 보면 지난 10년간 우리 주력산업은 '철강ㆍ정유(2003) ,석유화학(2004) . 자동차ㆍ조선해양(2009) . 스마트폰(2014)' 순으로 중국에 세계 시장 점유율을 추월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력 제조업 중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분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근소하게 앞서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는 중국이 전 세계 최대 시장으로 수요산업 측면에서 주도권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국부펀드 신설 등 투자노력으로 차세대 분야에서 급속한 기술추격이 진행 중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최근 5년간(2008~2013)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우리나라는 5.6% 수준인데 비해 중국은 29.0%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수년내 저가 치킨게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본과 한국의 기술을 답습하던 중국은 이미 달라지고 있다. 선진기업의 기술도입을 통해 2004년부터 성장을 시작한 중국 고속철이 상징하는 중국의 기술점프 속도는 앞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미래 모습을 그리 밝지 못하게 만든다.
미래 신산업이라는 스마트카, 사물인터넷, 융합바이오, 융합소재 등의 4대 산업에서도 한국의 지위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한중일 3국의 업종별 경쟁력(미국=100)을 살펴보면, 현재 한국은 일본보다 4개 업종에서 상당히 열세지만 10년 이후에는 격차를 크게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현재는 크게 열세이지만 10년 후에는 모든 업종에서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킬 전망이다. 특히 미래형 자동차인 스마트카에서 중국은 한국을 추월하고 일본에 근접한 수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제조업 위기의 심각성은 과거의 성공방정식(대기업 집중, 수출 중심, 정부 주도)을 구조적으로 탈피하지 못해 실질성장률의 둔화와 함께 고용 창출의 핵심인 중소ㆍ벤처 기업의 생존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데 있다. 주력 산업으로서 제조업이 기술 프론티어(기술 경계)를 넘어 선도적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쟁력과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신성장산업연구실장은 "중국의 추월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신 넛크래커 위기 이후의 다자간, 전방위 경쟁체제에 대응할 새롭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상해야 한다"며 "모방이나 추격을 통한 하드웨어 일변도의 성장에서 탈피해 선도자, 소프트융합 산업으로의 전략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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