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현장 가깝고 교통 편리…빈땅 부족해 전문전시관 마련도
마케팅-수요 구체적 분석…중소형 인기에 84㎡ 주로 전시
인테리어-모던·실용이 대세…좁은 공간 넓어보이는 디자인 선호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지난 한해 전국에서는 역대 최고치인 51만5886가구가 분양됐다. 올해도 분양 물량은 적지 않다. 이에 건설사들은 저마다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마케팅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다.
주요 마케팅 방법 중 하나가 견본주택이다. 선분양제도에서 견본주택은 수요자들을 움직이는 주 요소다. 실물 대신 만들어진 견본주택을 보고 구매 여부를 판단하기에 건설사들은 이곳을 꾸미는데 공을 들인다. 자칫 설계보다 못한 견본주택이 만들어졌거나 설계보다 과하게 치장했을 경우 사업자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건설사들은 견본주택 기획단계부터 개관까지 수차례 확인과 점검을 거듭한다. 중견 주택업체의 경우 개관 직전 오너 일가가 급작스럽게 점검에 나서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결함이 지적될 경우 개관일을 전격 연기할 정도로 공을 들인다. 분양 마케팅의 핵심인 견본주택을 만들어가는 과정에는 전문가들의 손길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입지부터 고심…'전문전시관' 도입도= 건설사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아파트의 입지만큼 견본주택의 입지도 중요하게 본다. 되도록이면 현장에 가깝게, 대중교통의 이용이 편리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원칙. 이 작업은 길면 분양 3개월 전, 짧으면 한 달 전에도 진행된다.
서울의 경우 '빈 땅'이 부족한 만큼 인허가를 받기까지도 쉽지 않다. 견본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지자체에 가설 건축물 축조신고를 해야 하는 것. 어렵게 인허가를 마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견본주택을 짓게 된다. 공사비도 만만치가 않다. 입지에 따라 땅값이 천차만별이라 공사비는 대외비로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이 투입된다. 2000년대 중반 부산 명지지구에 들어선 대규모 견본주택은 수백억원을 들여 웅장하고 호화롭게 꾸민 경우도 있다.
한 걸설사의 분양관계자는 "결국엔 견본주택을 짓는 비용도 분양가에 다 포함돼 무작정 좋은 입지만 선호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재건축, 재개발의 경우에는 견본주택을 지을 예산 자체가 부족하다"고 귀띔했다.
이러다 보니 주택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대형건설사들은 목좋은 곳에 견본주택 전용 상설 전시관을 마련하기도 한다. GS건설의 '자이갤러리'와 삼성물산의 '래미안갤러리'가 대표적이다. GS건설은 서교자이갤러리, 대치자이갤러리, 부산의 서면자이갤러리 등 세곳에서 주요 견본주택을 운영한다. 삼성물산의 래미안갤러리는 서울 문정동, 운니동에 위치해 있다. 이들 전시관은 오로지 주택 브랜드 홍보를 목적으로 한 만큼 건설사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유명 건축 설계사의 손을 거쳐 마련됐다. 주요 고객을 위한 VIP실, 카페 등도 필수적으로 들어가 있다.
◆견본주택 마케팅이 분양 좌우= '30대 후반의 남편과 30대 초반의 부인이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사는 집.' 건설사들은 분양을 견본주택을 짓기 전 주요평형의 수요층을 구체적으로 설정한다. 통상 견본주택의 입지선정과 동시에 진행되는 이 작업은 마케팅, 내부 인테리어 작업등의 밑바탕이 된다.
한 건설사의 디자인연구소 관계자는 "견본주택에서는 신혼부부, 학부형, 싱글족 등 타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따라 단지의 평형구성을 하는데 이러한 전략이 견본주택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견본주택에서 전시되는 유닛은 주력 타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소형이 인기인 최근에는 84㎡이하의 A타입이 주로 전시된다.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에는 차별화를 위해 평형이 관계없이 평면이 잘 나온 유니트를 전시하는 경우도 있다. 테라스가 있는 경우에는 '프라이버시'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유닛 입구에 계단을 설치하기도 한다. 전망이 특화된 곳은 360도 영상장치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대형 건설사 설계팀 관계자는 "견본주택에 설치한 유닛은 대부분 먼저 청약이 마감이 돼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최대한 내부를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최근에는 각종 장치를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인테리어는 '모던'한 제품이 대세= 견본주택 전시에 사용될 가건물이 다 지어지고 나면 건설사들은 인테리어 공사에 돌입한다. 앞서 설정된 타깃층에 맞춰 가구와 전자제품을 제공하는 협력사와 논의를 시작해 공간을 채워넣을 제품들을 하나씩 마련한다.
과거에는 건설사별로 견본주택 인테리어의 차이가 컸다면 요즘엔 '모던'과 '실용'으로 통일하는 모양새다. 소비자의 디자인 선호도에 따른 것인데, 중소형 평형의 인기가 늘어나는 것과도 연관성이 크다. 좁은 공간에서는 화려한 인테리어보다는 단순한 디자인이 공간을 더 넓어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인테리어 담당자는 "한때 고풍스럽고 화려한 인테리어는 40평형대 이후의 중대형의 견본주택에서만 선보이며 주택의 가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면서 "최근에는 중소형 주택 선호도가 높고 공급 역시 이에 맞춰 대폭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소재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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